"우리나라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세계가 놀랄 정도로 떨어진데는 세포병리 의사들의 몫이 컸어요. 질 관리와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자 한 노력의 성과죠."
올해 30주년을 맞은 대한세포병리학회 진소영 회장(순천향의대)은 국내 세포병리학의 현재를 이같이 요약했다.
불과 30년만에 세계가 놀랄 정도의 성과를 거두며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 회장은 "국가 암검진 사업 중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로 부인과 세포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율이 크게 높아지고 발생율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며 "세포병리 전문의들이 자궁경부암 예방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주요 암의 10만 명당 발생률을 보면 지난 1999년에 비해 2013년에 유방암은 5.7%, 대장암은 3.5%가 늘었지만 자궁경부암은 3.7%가 낮아졌다.
이는 세포검사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정확도가 50% 내외를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78%나 정확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진소영 회장은 "전 세계가 이같은 성과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각국이 쓰고 있는 HPV검사가 아닌 세포병리검사로 검사법이 굳어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과는 세포병리학회가 자체적으로 질관리와 정확도 향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실제로 세포병리학회는 대한병리학회보다 먼저 정도관리에 나서며 전국 2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정도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암 검진 기관의 수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다.
진 회장은 "세포병리학회는 전국 212개 기관에 1년에 4차례나 정도관리 평가를 진행할 정도로 정도관리에 매진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수준 높은 병리 검사가 시행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여진 우수한 정도관리를 기반으로 세포병리학회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다기관 연구를 준비중에 있다. 또한 이러한 성과를 세계 각국과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진소영 회장은 "우선 세포병리학회 지도의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다기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기초 자료로 활용해 정부와 국가 단위의 객관적 통계 자료를 수집하는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전국적인 세포병리 검사의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향후 국가 암건진 사업을 비롯한 정부 정책과 건강증진 사업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병리 진단 수가가 가장 큰 숙제다.
전국의 병리 전문의들이 밀려드는 검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진단병리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기이한 구조로 인해 노력과 성과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진 회장은 "병리과 자체가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과 같이 진료지원과로 묶이다 보니 행위별 수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도 수가 차이가 5배가 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철저한 정도 관리와 교육을 통해 세포검사의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는 만큼 이러한 노력에 대해 일정 부분의 보상은 필수적"이라며 "현실화된 보상 체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세포병리학회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오는 26일부터 27일 양일간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3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유관학회 이사들과 해외 학자들의 초청 강의가 진행되며 대한세포병리학회 30년사와 함께 미션, 비전 선포식이 진행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