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취임해 올해 3월 31일 퇴임한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제2대 권종연 센터장.
그는 퇴임식 마지막 일정을 센터 계약직 직원들과의 간담회로 소화했다.
권 센터장은 이 자리에서 “센터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에서 올해 1월 25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데 이어 앞으로 공공기관 승격 또한 가능한 만큼 계약직이 중심이 돼 향후 실현가능한 선에서 적정한 연봉과 처우를 받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주문은 계약직 직원들에게 고용 불안감을 떨쳐내고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과 희망을 주기 위한 독려 차원에서 이뤄졌다.
현재 센터 전체 직원 중 계약직은 약 51% 수준.
그간 정규직을 49%까지 늘려왔지만 여전히 임시직·계약직을 포함한 비정규직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센터는 식약처로부터 위임받은 1·2등급 의료기기 신고·인증업무를 비롯해 ‘의료기기 통합정보 BANK’와 ‘차세대 의료기기 100 프로젝트’ 등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온·오프라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생산부터 최종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적 이력추적관리로 환자 안전관리를 실현하는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UDI 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실무기관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계약직 직원의 퇴사과정을 보면 센터가 식약처 위임업무는 물론 운영예산 확보를 위한 정부 용역과제 및 지원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센터 산업정보팀 소속 계약직 직원 3명은 지난 7월 말 계약이 만료됐다.
이들 3명은 선행 연구 및 기술 이전을 통해 확보된 원천기술 기반 신개념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한 품목을 대상으로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총 3년간 약 388억원을 지원하는 정부 ‘신시장창조 차세대의료기기개발사업’ 실무담당자들이었다.
이 가운데 약 3년간 22억원 예산이 배정된 ‘연구지원과제’는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를 주축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6곳이 선정된 연구지원과제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단계 사업에 이어 2016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2단계 사업이 완료됐다.
마지막 3단계 사업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진행된다.
이번에 퇴사한 계약직 3명 중 2명은 3단계 최종 사업을 앞두고 센터와의 재계약 불발에 대해 아쉬움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공학박사 출신 계약직 A씨는 “신시장창조 차세대의료기기개발 2단계 사업부터 참여해 성공적으로 연구지원과제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해당 과제 예산지원기관인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2단계 사업성과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센터가 신시장 사업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 센터에 들어온 계약직 직원들이 안정적인 사업 수행과 운영시스템을 구축한 게 사실”이라며 “마지막 3단계 사업을 앞두고 실무담당자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학박사 출신 퇴사자 B씨 역시 “신시장창조 업무는 업무대로 다 수행하고 예산까지 확보했는데 이제 와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은 센터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실무담당 계약직들을 ‘토사구팽’ 한 것 아니겠냐”고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얼핏 보면 이들 계약직 A씨와 B씨는 과제 수행에 따른 계약만료로 센터를 떠났다는 점에서 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은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센터가 이들 계약직 직원들이 담당했던 정부 과제를 수행할 대체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체 인력 확보를 위한 채용 공고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계약직 A씨는 올해 7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신시장 관련 센터 총괄 책임자로부터 무기계약직 직원 채용 공고에 지원하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센터는 7월 25일 산업정보팀 무기직을 뽑는 채용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A씨는 “센터 총괄 책임자로부터 신시장 과제로만 근로계약을 하면 불안정하니깐 연구과제 외 다른 업무까지 수행하는 무기직에 지원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무기직 업무내용 중 ‘연구과제 사업수행 및 운영 등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고 또 신시장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서류심사 통과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해 서류를 접수했다”고 덧붙였다.
계약직 B씨 역시 A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산업정보팀 무기직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 계약직 A씨와 B씨는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의아한 점은 이들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서류심사를 통과한 사람이 없다는 것.
센터가 8월 4일 발표한 서류합격자 공고에는 산업정보팀 서류심사 합격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A씨는 이에 대해 “서류심사 결과 다른 지원자보다 지원조건과 실력이 부족해 불합격했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지만 ‘적격자 없음’으로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가 무기직 채용 공고를 올린 것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계약직 3명을 내보내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애시 당초 무기직 채용 계획이 없었던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센터에는 무기직 전환을 희망하는 계약직 직원들이 많다”며 “과제 수행을 위해 외부에서 합류한 우리 같은 계약직들을 무기직으로 채용하면 그만큼 (기존 계약직들의) 무기직 TO(인원)가 줄기 때문에 서류 제출부터 내부 잡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센터가 연구과제 사업을 담당할 대체 인력도 확보하지 않고 신시장 관련 3단계 사업을 어떻게 수행해 나갈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총괄 책임자는 “무기직 채용 공고가 계약직 2명을 내보내기 위한 꼼수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마지막 3단계 사업이 1년 6개월 남은 상황에서 기존 담당자들이 사업을 수행하면 좋겠지만 센터의 높은 계약직 비중과 부족한 운영예산 문제 등 내부적인 어려움이 맞물리면서 그럴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신시장 관련 과제 담당자 채용과 사업 진행을 위해 논의 중에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인력을 충원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