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의 남은 하반기, 보건의료계에서는 수가협상과 외국병원 유치와 관련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통과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건보재정 흑자구조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벌어지는 올해 수가협상은 그야말로 선혈이 난무하는 전장터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재정흑자분을 두고 의사협회나 병원협회 등은 수가인상, 정부는 누적적자 보전, 시민단체는 보장성 확대의 입장이 서로 맞물려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최근 남서울대학교 보건의료개발연구소에 의뢰해 2005년 적정수가로 13.5%가 적당하다는 연구결과를 받았다. 이 연구소는 의사협회에 대해 협상범위를 9.3%~13.5% 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병원협회 역시 경희대 정기선 교수팀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방안을 상임이사회에서 승인했다. 정교수팀은 병원 경영수지 분석과 원가분석에 의한 환산지수 분석, 그리고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의사급여에 의한 영향 등을 분석 11월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공단 역시 인제대 김진현 교수를 책임연구자로 대학 3곳과 연구기관 2곳과 함께 연구를 진행중이다.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의료연대회의는 수가협상이 요양급여비용협의회에서 타결되지 않아 건정심에서 논의될 것으로 판단하고 수가인상보다는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급여확대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에 건정심공대위를 구성하고 본인부담상한제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각 단체들은 정부, 직역단체, 시민단체의 다른 목소리가 수가협상에서 조율될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갈등을 낳을 것인지 지켜볼 때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폐지, 시민단체가 주도
반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와 관련, 내국인 진료허용과 영리법인을 허용하려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료계 대부분의 단체들이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부와 올 하반기 큰 마찰이 예상된다.
이 법안의 저지운동의 주도권을 가진 쪽은 시민사회단체. 20여개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건강권 실현을 위한 의료연대회의’를 출범하고 보건의료계내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뭉쳤다.
특히 의료연대회의는 올 하반기에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저지를 핵심사업으로 잡고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토론회, 집회, 1인시위, 기자회견 등 모든 조직을 집중키로 했다.
의료연대회의에 참가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보건의료노조 차원에서도 하반기 주요한 사업으로 잡고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저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계 단체들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유치와 외국병원에서의 내국인 진료, 영리법인 허용에 대해 국내 의료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등은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병원협회는 국내 의료기관의 규제도 완화시켜달라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가지고 있어 타 단체들과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대 입장과는 달리 정부, 특히 재정경제부는 개정안 통과를 국가전략사업의 하나로 보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첨예한 다툼이 올 하반기에 벌어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