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MEDICA와 같은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서 중국 바이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이었다.
중국 바이어가 다녀간 후 이듬해에는 여지없이 디자인을 모방한 ‘짝퉁 의료기기’가 출품됐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인은 엇비슷했지만 그렇다고 기술력과 내구성까지 모방하기란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주장해 온 중국은 어느덧 ‘원조를 삼켜버린 짝퉁의 힘’을 넘어 글로벌 의료기기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국 의료기기산업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UNITED IMAGING’社가 있다.
2011년 설립된 UNITED IMAGING은 CT·MRI·PET-CT·PET-MR을 자체기술로 상용화해 다국적기업이 장악한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7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첨단 진단영상장비 상용화가 가능했던 원동력은 단기간 내 집중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
매출액 중 5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UNITED IMAGING은 직원 약 2900명 중 60%에 해당하는 1700여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또 연구개발 인력 중 절반은 석·박사급이며, 200여명의 박사급 인력 중 110명은 해외근무 경력자들로 채워졌다.
이 같은 연구개발 투자는 총 1776건(자국 1470건·해외 306건)에 달하는 특허 획득과 진단영상장비 기술력 확보로 이어졌다.
중국 ▲상해 ▲우한 ▲심천을 비롯한 미국 ▲휴스턴 ▲콘코드 ▲클리블랜드에 R&D센터를 두고 있는 UNITED IMAGING가 연구개발에 그토록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왜일까.
자국 내 1~2위를 차지하기보다는 세계시장에서 GPS(GE·PHILIPS·SIEMENS)와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비교적 신생기업에 속하는 UNITED IMAGING은 GPS와 경쟁하기 위해 단기간 집중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그들과의 기술수준을 동등 또는 이상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UNITED IMAGING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다국적기업과 견줘 결코 손색없는 혁신적인 R&D 및 생산 공정관리로 제품 기술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기자는 한국 언론사 최초로 중국 상해(Shanghai) 지아딩(Jiading)구에 위치한 UNITED IMAGING社를 방문하고, CT·MRI 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매일 20팀 방문 ‘쇼룸’ 운영…CT·MRI 생산 공장 가동
12만㎡(3만6300평)에 달하는 UNITED IMAGING 본사 사무동에 들어서자마자 ‘Show Room’(쇼룸)이 기자를 맞았다.
이곳은 기자가 경험한 다수의 의료기기업체 쇼룸과 비교해 전시 장비나 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쇼룸에는 ▲DR ▲CT ▲MRI ▲PET-CT ▲PET-MR ▲방사선치료기기까지 총 16개 진단영상장비가 전시돼있다.
안내에 나선 UNITED IMAGING社 아·태지역 글로벌사업부 데니스 장(Dennis Jiang) 부사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오픈되는 쇼룸에는 매일 약 20팀 정도가 찾는다”고 귀띔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영상의학과 의사들이다.
이밖에 대리점(딜러), 부품 공급사, 아·태지역·중동·아프리카 바이어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데니스 장 부사장은 “쇼룸은 주요 고객인 영상의학과 의사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문객들은 쇼룸에서 UNITED IMAGING의 기업철학을 알게 되고 또 혁신적인 생산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첨단 진단영상장비를 살펴볼 수 있다”며 “이는 회사 브랜드 및 제품 신뢰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의 의사들도 이곳을 방문해 우리의 혁신적인 진단영상장비를 직접 경험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쇼룸에서는 방문객들에게 회사 설립 이념과 철학을 소개하는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기자는 동영상이 끝난 후 영상의학과 의사들을 따라 전시 장비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시제품으로 전시된 PET-CT ‘uEXPLORER’가 먼저 눈에 띄었다.
해당 장비는 겐트리가 2m 크기로 한 번에 홀 바디(Whole Body) 촬영이 가능한 세계 유일 PET-CT로 현재 미국 보건성(NIH)과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UNITED IMAGING의 수술 장비시장 진입을 알리는 이동형 C-arm, 2년 전 출시된 일체형 방사선 암치료기기 ‘uRT-linac’, 삼성전자·케어스트림헬스과 경쟁을 예고한 하이엔드급 거치형·이동형 DR 역시 방문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전시 장비들은 세계적 어워드인 iF 및 reddot를 수상할 만큼 디자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었다.
약 40명으로 구성된 in-house 디자인센터 CDIC(Corporate Design Innovation Center)팀의 사용자 편의성을 최적화한 UI와 제품 가치를 극대화한 디자인 역량의 결과다.
▲DR ▲CT ▲MRI ▲PET-CT ▲PET-MR ▲LINAC까지 토털 진단영상장비 포토폴리오를 구축한 UNITED IMAGING은 기능 및 사양별 세그먼트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다.
CT의 경우 이미 개발한 16 20 40 80 128 160에 이어 240 360 640채널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전략은 PET-CT·PET-MR도 마찬가지.
이는 로우엔드부터 미들레인지·하이엔드급까지 촘촘한 제품 사양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등급별 고객병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
데니스 장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민영병원 영상검진센터 설립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암 검사가 활발해지고 핵의학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PET-CT·PET-MR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ET-CT만 놓고 보면 ‘uMI 780’은 중국시장 1위를 차지할 정도로 GPS 장비보다 해상도 등 기술력에서 더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편, 쇼룸에 이어 기자가 발길을 옮긴 곳은 MRI 생산 공장.
철저한 보안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된 이곳에서는 ISO 기준에 부합한 ▲Magnet Coil Winding ▲Cryostat Assemble ▲Super Conducting Wire ▲Cryostat Vessel ▲Magnet Welding ▲OVS Welding ▲Magnet Vacuumizing 등 MRI 생산 공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UNITED IMAGING社는 R&D부터 생산 공정에 이르는 프로세스 전 과정에 IBM V-Model과 카이젠(KAIZEN)을 적용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생산 공정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짧은 시간 내 최적화된 생산설비를 갖추고 CT·MRI 핵심 부품과 완제품을 자체 개발할 수 있었다.
데니스 장 부사장은 “UNITED IMAGING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정밀의료’ 세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최근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를 인수해 UNITED IMAGING Intelligence社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폐막한 CMEF 2018에서는 ‘UNITED Intelligence Now’를 슬로건으로 삼아 영상 워크스테이션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플랫폼 ‘uAI’을 탑재한 다양한 장비들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베이스로 운영되는 UNITED IMAGING 인공지능 플랫폼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헬스케어 혁신을 선도해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우리의 기업철학이자 미션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