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땅값이 2~3배 오르고 아파트 전세값도 폭등했다.
북한 접경지역인 문산은 남북 화해 분위기 이전부터 꾸준한 인구유입이 이뤄졌다.
저렴한 집값으로 젊은 부부들의 선호도가 높았고, 지역 특성상 군인 가족들도 많이 거주했다.
여기에 LG 디스플레이가 2013년 구미에서 파주시로 사업장을 옮기고 현재도 대규모 공장 증설을 진행해 향후 배후수요 또한 풍부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젊은 부부와 군인들이 상당수 거주하면서 영·유아들이 많은 지역적 특징이 있다.
문산읍에서 약 2.22km 떨어진 당동지구에 위치한 '맘소아청소년과의원' 최혜선 원장은 파주시에서만 22년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았다.
최혜선 원장은 "내과는 처음 내원한 환자가 평생 단골이 되지만 소아청소년과의원의 경우 짧게는 3세, 길게는 7세가 되면 잔병치레가 줄어 예방접종 외에 의원을 찾을 일이 많지 않아 환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공동개원이나 24시간 돌아가는 소아청소년과의원이 생기면서 원장 혼자 진료 보는 의원이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때 해당지역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진료한 적도 있었지만 산부인과와 함께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불어 닥친 저출산 여파와 환자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비교적 영·유아가 많고 인구유입이 원활하며 여성 소아과전문의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문산 당동지구를 선택했다.
다행히 운도 따랐다. 때마침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던 70대 개원의가 건강문제로 의원을 폐업해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현재까지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혜선 원장은 "운정에서는 애들이 1~2명인데 반해 문산은 보통 2~3명, 많게는 4명까지도 아이를 낳는다"고 말했다.
또 "젊은 부부가 많다보니 임산부가 꾸준히 생기고, 지역 인구 중 절반을 차지하는 군인들 역시 다른 직장인에 비해 아이를 많이 낳아 영·유아 환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덧붙여 "인근에 아파트를 계속 짓고 있는데 빈 집 없이 꾸준히 입주하는 걸 봐서는 앞으로도 인구유입이 이어져 환자가 줄어들까하는 걱정은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대기시간 최소화·의원 업무효율성 향상
지역 맘카페 소아과 주치의 최혜선 원장에게는 웃지 못 할 고민이 하나 있다.
일부 영·유아 환자 부모들로부터 "원장님이 너무 길게 설명한다"는 불만을 산 것.
대다수 국민들이 병의원에서의 긴 대기시간과 반비례한 '5분 진료'가 불만인 현실을 비춰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최 원장은 아이 상태와 치료에 대해 부모가 알아야 할 점들을 꼼꼼히 말해줬을 뿐인데 되려 설명을 길게 한다고 불만이니 내심 섭섭할 따름이다.
그는 "엄마들마다 설명을 길게 하는 것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다. 내가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엄마들 표정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모에게 상세히 설명해 줘야한다는 의무감과 소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위해 길어진 설명만큼 맘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은 환자·보호자들의 대기시간 또한 길어졌고 그로 인한 불편불만도 있었다.
때문에 최 원장은 전자차트(EMR) '의사랑'과 연동해 실시간 환자 예약접수와 진료대기 순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간편 예약접수 앱 '똑닥' 서비스를 지난해 6월 도입했다.
환자가 병의원 방문 전 똑닥을 통해 진료예약접수를 하면 자동으로 의원 전자차트와 연동돼 진료접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똑닥은 2017년 6월 서비스 런칭 이후 올해 6월 기준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의원 등 진료 예약접수 가능 병의원이 약 7000곳에 달해 병의원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최혜선 원장은 "영·유아 몇 명만 10분 진료를 하게 되면 대기시간이 길어져 부모들의 불만이 컸다"며 "진료실 구조상 대기실을 잘 볼 수 없어 환자들이 얼마나 대기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환자로 상급종합병원을 찾게 되는데 대기시간이 길어질수록 화가 나더라"며 "진료순서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똑닥을 통해 예약접수를 받으면서 환자 분산효과로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진료편의성을 제공해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간호사의 전화·접수의무를 간소화해 의원 업무효율성과 편의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원장 입장에서도 전자차트 상에서 실시간 예약접수·대기환자 리스트를 볼 수 있어 환자 당 진료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은 물론 보호자가 똑닥 예약접수 과정에서 미리 텍스트로 입력한 환자 기본증상까지 확인 가능해 중복업무를 줄여 진료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똑닥을 통해 예약접수 후 의원을 찾는 영·유아 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환자가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예약접수를 함으로써 최대한 대기시간을 줄이는 한편 대기 순서까지 알람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한정된 대기실에서 무작정 머물려야하는 불편함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혜선 원장은 "똑닥 서비스 이용 후 환자·보호자들의 대기시간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모바일로 실시간 대기 순서를 확인하는 일부 환자들의 경우 5~10분 정도 대기 후 바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시간에 맞춰서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료현장 여건상 환자 대기시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환자가 본인 진료순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면 다른 일에 시간 활용이 가능해 무작정 대기하는 것보다 기분 좋게 진료를 기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똑닥은 기본 1시간을 대기해야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도 도입해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똑닥은 영·유아환자 부모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에게도 크게 환영받았다.
소아청소년과의원은 보통 3·4·5월이 가장 바쁜 시즌.
똑닥 도입 전 맘소아청소년과의원 간호사들은 이 기간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진료예약접수·예방접종 문의 등 각종 전화응대로 업무부담이 컸다.
더욱이 대기환자가 몰려 진료 30분 전 접수를 받지 않는 상황임에도 전화로 진료예약을 받지 않는다며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일부 환자들과의 마찰도 스트레스였다.
그는 "똑닥 도입 후 간호사들이 가장 편해졌다. 전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 전화가 왔지만 지금은 모바일로 진료예약접수를 받기 때문에 영·유아 검진 문의 외에 전화업무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재 맘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약 50%는 똑닥을 이용하고 있다.
초진을 제외한 재진 환자 대부분은 똑닥을 통해 진료예약접수를 하고 있다.
최혜선 원장은 "젊은 부부들은 모바일을 활용한 서비스 순응도가 높고 간호사들 역시 환자 보호자들에게 똑닥 이용을 적극 권유하고 있어 모바일 진료예약접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나이가 좀 있는 원장님들은 똑닥과 같은 모바일 서비스에 관심이 없고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어차피 하려면 빨리 하자는 마인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개원의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 일일이 따지고 비교만 하다가 정작 환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환자를 위해서는 무조건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만큼 환자가 찾아오기 때문에 결국 혜택은 의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