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정부와 의료기기업계가 얼굴을 맞대고 실행 및 보완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혁신·첨단의료기기의 조속한 시장진입을 위한 ‘예비분류 코드’와 ‘수가인정’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입수한 협회 정책사업부 문건에 따르면, 복지부 양성일 보건산업정책국장을 비롯한 ▲심평원 ▲진흥원 ▲보의연과 협회·조합 등 관계부처·업계·학계 등 12명은 지난 7일 연세재단 봉래빌딩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안 현장 반응과 보완사항 발굴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19일 정부 의료기기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복지부가 설명하고 관련해 업계 입장과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담회 논의내용을 살펴보면,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보의연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19일 정부 발표안에 대한 세부 추진과제 마련을 위해 고심 중이며, 업계·학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세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복지부와 협회는 혁신·첨단의료기기 조기 시장진입 지원을 위한 예비분류 코드 부여는 물론 혁신·첨단의료기기 범주와 수가책정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예비분류 코드는 앞서 지난달 19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첨단의료기술 조기 시장진입 지원’ 방안으로 언급됐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개발이력이 짧고 연구결과가 부족해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하던 혁신·첨단의료기술을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선제적 인허가 체계와 혁신가치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의료기기 허가 단계에서 혁신·첨단의료기기가 개발과 동시에 신속하게 허가되도록 하는 ‘신속허가 가이드라인’을 구축한다.
특히 심평원은 ‘의료진의 편의 및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의료기술의 경우 예비분류 코드 혹은 심평원의 확인증 발급을 통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생략한 채 조속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예비분류 코드는 보험수가를 별도로 받지는 못하지만 해외시장에서 국내 보험등재 여부를 확인할 때 활용하는 일종의 가상 코드를 말한다.
협회가 7일 열린 간담회 결과를 정리한 문건에 따르면, 복지부·심평원은 예비분류 코드가 의료기기업계의 해외진출 등 도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는 반면 의료기기업체들은 예비분류 코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협회는 특히 심평원이 발급하는 수출용 허가증(확인증)을 활용한 해외진출은 해당 수출국의 국내 판매실적 요구 등에 따라 효용성이 없고, 국내 제조업체가 수출국에서 판매 가능한 가격협상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예비분류 코드에 더해 ‘적정 수가책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복지부는 현재 예비분류 코드 부여의 개념은 별도 행위 코드가 없는 첨단기술에 대한 ‘분류’를 목적으로 하고 별도의 가치부여는 미정인 상황이며, 8월 중순 심평원 계획(안)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복지부는 3~5년 기간 전체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한 부분으로 현재 (예비분류 코드 부여 및 제품 수가책정)을 논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혁신·첨단의료기기 범주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혁신·첨단의료기기를 ‘혁신의료기기’로 칭하는 한편 혁신의 범위에 ‘첨단·융복합·사회적 가치증대’ 등을 포함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복지부가 예비분류 코드 부여를 첨단기술에 대한 분류 목적으로 한정하고 현재로서는 별도 수가책정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반면 협회는 혁신의료기기 범주를 확대하고 가치(수가)인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정부 발표안의 ‘의료진의 편의 및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의료기술에 대해서만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시장진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혁신·첨단의료기기로) 전체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로봇·3D프린팅·인공지능(AI) 등 첨단의료기기에 대한 가치인정이 선행돼야한다고 재차 주문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혁신·첨단의료기기가 무엇인지 식약처 인허가 단계부터 지정돼야하고, 업계가 이해하는 혁신·첨단의료기기 개념은 합의된 기준에 따라 지정돼야한다며 업계 자의적인 정의를 경계했다.
또 해당 의료기기에 대한 급여·비급여 적용에 대해서는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간담회 기타의견을 통해 혁신·첨단의료기기 및 혁신형 의료기기기업 인증과 관련해 국내 제조시설이 있는 경우에만 한정하는 조건을 포함해야한다며, 규제완화가 수입제품의 무분별한 공급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