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50%로 규정된 의료기관의 일반병상 의무 확보율을 재검토하고 운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병원들은 격리환자에게 상급병실을 이용케 하고 격리수가가 아닌 상급병실료를 청구하고, 일반병상이 없다며 상급병상을 강요하는 사례가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립 서울대학교병원은 일반병상 확보율이 유일하게 법적 기준치에도 못치는 42%에 불과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한국질환단체총연합은 8일 의료기관 병상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전국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일반병상률 실태조사’ 결과를 밝히고 부당하게 청구한 상급병실료 전액 환불과, 당국의 행정 처분, 일반병상 보율 비율 재설정 등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의료기관의 일반 병상율은 69.4%로, 요양기관별로는 종합전문요양기관(이하 대학병원)이 64%로 종합병원(72%) 보다 일반 병상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62.4%), 부산(60.8%), 대전(69.1%) 등 대도시 지역이 타지역보다 일반병상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국평균(69.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일반병상율에 따른 병원분포를 보면 분석대상 의료기관 중 50%대가 78개(28%)로 가장 많았으며, 특히 이러한 현상은 대학병원의 경우가 두드러져 대학병원 전체 42개 중 17개(40.5%)가 일반병상율 50%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80년대까지는 보건사회부 고시에서 “요양취급기관이 사정 또는 만원으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상급병실에 입원하게 된 경우에는 기준 병실료와의 차액은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했으나 이후 조항이 사라져 환자들은 병실이 없어 상급병실에 들어가면 막대한 상급 병실료를 지불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입원 환자들이 일반 병실이 만원이었던 관계로 상급병실을 이용하였다면, 환자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상급병실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상급병실료 전액을 관련 환자들에게 모두 환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병상운영 전반에 대한 현행 체계를 근본부터 재검토해 현행 일반병상 5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 규정의 타당성을 재평가해 일반병상 보율 비율을 재설정하라”고 요구했다.
“격리환자들, 부당한 상급 병실료 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병원들이 격리병상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격리환자들이 상급병실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경우 환자들이 격리실 수가를 적용받아야 하지만 병원들은 상급병실료를 청구해 온 것으로 나타나 부당 청구액에 대한 환불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격리병상은 전염병 환자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보건의료 관련 법규 중 ‘격리병실’과 ‘격리병상’에 대한 규정이 없다. 현재 격리 환자들은 하는 수없이 1인실이나 2인실의 상급병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히 환자들은 1인당 63,070원인 격리실 수가를 적용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5배 정도는 비싼 상급병실료를 고스란히 지불하고 있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격리실을 설치하지 않은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1인실에 입원시켜 치료하고 ‘격리실 수가’를 적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병원들이 격리환자에게 부당하게 취득한 비용을 전액 환불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서울대학교병원은 유일하게 일반병상율이 법적기준에 못미치는 42%에 불과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에서는 일반병상 50%를 확보한 병원에 한해 도입할 수 있는 상급 병상료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측은 어린이병원이 이달 개원하면 일방병상율 확보율을 50%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어린이 병원에 일반인이 입원할 수 있냐'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의료법령에 의하면 일반병상 50%를 확보한 병원에 한해서 상급병상 이용에 따른 추기 입원료를 비급여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상급병실을 이용한 환자들에게 서울대병원이 부당하게 취득한 병실료 차액을 모두 환불할 것을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환자의 치료를 많이 담당하는 종합전문요양기관이 격리병상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건복지부는 ‘격리병상 설치 의무’ 규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278개 병원 중 국군·경찰병원, 보훈병원, 산재의료원 등 13개 병원을 제외한 42개 대학병원과 223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