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한의원들, 환자문의 증가 대비 전용 베드 구비
보험 적용 기대감 높은 한의계, 실손보험 청구도 권유
황병우 기자
기사입력: 2019-04-10 06:00:59
가
URL복사
"목이 뻐근해서 추나치료 받으러 왔는데요…" "추나가 최근에 진료비 부담이 낮아졌어요. 추나요법과 함께 침·뜸 패키지로 하시겠어요?"
메디칼타임즈는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이틀째를 맞이한 지난 9일, 한의원을 직접 찾아가봤다.
실제 한의원에 방문해 추나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자 기존보다 진료비 부담이 없어져 다른 진료와 병행하면 더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의원 직원에 따르면 진찰이 필요하지만 비급여로 시행됐을 때 가격이 천차만별일 때와 달리 일반적으로 단순추나, 복합추나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1만700원~1만8000원 내에서 가능하다.
기존에 추나를 시행하던 한의원은 건강보험 적용(추나치료 급여화)을 내세우며 환자 홍보에 열을 올린 반면, 추나를 하지 않던 한의원은 전용베드를 준비하며 향후 환자증가를 대비하고 있었다.
서울소재 A한의원 원장은 "추나베드가 없어도 치료에 문제는 없지만 건보적용 이후 환자 문의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전용베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나베드의 가격이 개당 200만~2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급여화에 따른 한의계 개원가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 김경호 부회장은 "추나의 건보적용이 이뤄졌기 때문에 추나베드를 구비할 수 있지만 협회는 추나를 못하는 곳은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추나베드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기대로 무분별하게 추나를 시행하는 곳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추나만 가능한가요? 질문에 "다른 치료도 같이"
한의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추나의 건강보험 적용을 알려주는 포스터. 근골격계 질환 등에 건보가 적용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문구로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보적용 이후 실제 진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급여 이전에도 하루에 20명 넘게 추나를 시행해왔다는 한의원에서 직접 치료를 받아봤다.
진료실에 들어가 목이 불편다고 상담을 했다니 진단과 함께 추나 치료 외에 침 치료도 같이하는 게 어떻겠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대개 침 치료, 전기치료, 뜸 치료 등과 함께 복합적으로 처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
추나만 받는 것도 가능하냐고 질문했지만 "가능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최초 추나치료를 받으러 방문했지만 예후가 더 좋아진다는 말에 모든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앞으로 추나 건보적용에 따라 한의원의 근골격계질환 치료의 경우 기존 침‧뜸‧부황 치료에 추나가 추가되거나 추나치료에 침‧뜸‧부황치료가 더해지는 패키지 형식으로 치료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모든 치료를 받고나니 진료비가 2만1200원이 나왔다. 비급여 당시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액수다.
다만, 추나치료 본인부담금만 생각하고 방문했던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추가지출이 있었다. 또 일반적으로 한 번의 방문으로 치료가 끝나지 않는 것을 고려할 때 환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진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추나 건보적용은 환자 1인당 연 20회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한의사가 진찰시 치료소견에 따라 주 2~3회 내원 치료를 받으면 약 한달만에 건보적용 횟수를 모두 소진하는 꼴이다.
추나요법이 강조하는 근골격계, 디스크와 협착 등의 치료는 단순통증이 아닌 이상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를 남용할 경우 비급여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한편, 추나요법 건보적용으로 실비보험 혜택이 가능했다는 점도 이색적인 풍경 중 하나다.
이날 방문한 한의원 직원은 추나요법 1회 시술의 본인부담진료비가 시술유형에 따라 1만~3만원으로 실비청구가 가능하다고 귀띔하며 혜택을 챙길 것을 당부했다.
한의원은 추나 급여화부터 실비보험까지 환자 유입을 늘리기 위한 든든한 무기를 장착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