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병원 가정의학과 폐쇄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앞서 신희석 경상대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 경증환자 유입창구로 전락한 현실에 통감해 가정의학과를 폐쇄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일선 가정의학과 교수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경상대병원의 타과의뢰율은 90%를 훌쩍 넘기는 전국 유일무이했던 상급종합병원임에도 자칫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도 동일시되는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작동한 것이다.
지난 10일 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신촌세브란스병원)을 직접 만나 학회의 고민과 입장을 들어봤다.
이덕철 이사장은 "경상대병원 가정의학과는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타과의뢰율이 높은 병원으로 유명했다"며 "앞서도 10%이내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전송하는 등 예의주시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경상대병원의 폐쇄 결정에 환영한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가정의학과 개설 취지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가정의학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경상대병원 가정의학과 환자의 타과의뢰율은 2013년도 94.3%, 2014년도 97.3%, 2015년도 95.6%로 사실상 경증환자의 통로였다. 타과로 진료의뢰서 발급을 위해 존재하는 수준이다.
다른 상급종합병원은 어떨까. 2016년도 4분기합계 기준 40개 상급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 평균 타과의뢰율은 5.00%(상급종병 중 전북대, 전남대, 경상대 제외)로 극히 낮은 수준.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정의학회는 경상대병원 측에 타과의뢰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수차례 당부했었다. 이번 경상대병원장이 가정의학과 폐쇄라는 결정에 학회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법 하다.
이덕철 이사장은 학회의 자정활동이 아니라면 상급종합병원일지라도 진료의뢰서 작성을 거부하는 등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가정의학과를 통해 타과의뢰하는 경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학회차원에서 매년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타과의뢰율을 조사해 공유하고 또 문제가 있는 병원에는 자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있는 병원에는 가정의학과 전공의 정원을 배정하지 않는 등 패널티가 있다"며 "일련의 행보가 각 상급종합병원 내 가정의학과의 역할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상대병원은 타과의뢰율이 높은 것에 대한 패널티로 전공의 정원을 배정받지 못했다.
다시말해 이처럼 수년째 학회 차원에서 타과전원율에 대한 고강도 자정활동을 벌이며 '가정의학과=경증환자 창구'인식을 개선하고 있는데 혹여라도 잘못된 이미지가 자리잡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경상대병원의 가정의학과 폐쇄 이슈가 자칫 일선 대학병원 가정의학과가 마치 경증환자 유입 통로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상급종합병원 내 가정의학과의 역할은 미래 국민건강을 지켜줄 주치의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수련.
그는 "가정의학과를 3차병원에서 수련받아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이 1,2차에서 활동할 때 3차병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환자를 전원할 수도 있다"며 "최신지견을 습득, 의료기술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