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와 서울대학교병원이 올해 산별교섭에서 나란히 빠져 이목을 끌고 있다.
병협은 지난해 산별교섭에서 사립대 병원들의 위임을 받아 주도적인 활동을 펼쳤고, 서울대병원은 뒤늦게 교섭에 합류했지만 국립대병원의 수장격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에는 병협의 경우 특성별 병원들의 위임권 이양 거부로, 서울대병원은 노조의 보건의료노조탈퇴로 산별교섭을 외부에서 지켜봐야할 입장에 처하게 됐다.
병협, 교섭권 위임 못받아 '참관자 역할'만
지난해 산별교섭이 끝난 이후 병협은 교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올해 교섭에서 명실상부한 병원계의 대표단체로 위상을 갖추겠다며 뜻을 표명해왔다.
병협은 보건의료노조 지부가 조직된 모든 병원에 대해 산별교섭권과 협약체결권을 일괄 수임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산별교섭 노사실무위원회와 협회 내에 노사대책 상황실도 운영키로 했다. 또 산별 교섭을 위해 4억500만원 규모의 예산도 책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허사가 됐다. 지난해 교섭에 참여했던 특성별 병원군이 병협에 교섭권을 위임 하지 않았기 때문.
지방공사의료원, 중소병원, 사립대병원, 국립대병원들은 병협에 위임하지 않고 특성별로 대표단을 구성하거나 병협이 아닌 독자적인 사용자 단체를 만들어 협상에 임하기로 했다.
이번 교섭에 참여하는 한 병원장은 “병원의 운명을 맡기기엔 병협의 교섭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병원들이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병협에 위임하기 보다는 직접 대표단을 꾸리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산별교섭의 성과를 병협이 가져간 것에 대해 정작 고생한 병원들의 불만이 높았다는 의견도 있다.
병협 관계자는 “병협이 교섭권 위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산별교섭에 관여할 명분이 없다”면서 “그러나 협상을 진행하다 문제에 봉착하면 병협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대병원, 노조탈퇴로 독자교섭 준비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산별총파업 이후에도 병원 사용자와 노조간의 지부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파업이 장기화됐다. 특히 산별합의안을 서울대병원노조가 거부하면서 보건의료노조와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최근 서울대병원노조가 상급단체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됨에 따라 서울대병원측은 어쩔 수 없이 산별교섭에서 빠져 기업별 교섭을 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특히 병원측은 이번 상급단체 탈퇴를 예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상황에 맞닥뜨리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현 보건의료노조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 온 만큼 올해 교섭에서 높은 수준의 요구조건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급단체 탈퇴의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그렇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서울대병원노조 관계자는 “상급단체 탈퇴 여부로 단위별 교섭의 일정은 조금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병원측에 제시할 개별 요구안은 꾸준히 준비해왔다”면서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민주성과 원칙을 지키며 할 몫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