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실패를 경험한 나이가 지긋한 의사에게 선택할 수 있는 의료기관내 일자리는 극단적으로 한정된다.
얼어붙은 개원시장에서 대출받아 개원했지만 빚만 안은채 봉직의로 생활을 하는 젊은 의사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또 약간의 수익이 더 보장된다면 사무장의원은 하나의 유혹이다.
24일 비영리 사단법인 대표가 무면허 의료인에게 부설의원 17곳을 내주면서 43명이 무더기 입건된 사건관련 이들 의원에 고용 또는 면대한 의사 16명(치과의사 제외)중 일부는 동일한 범법행위를 한 적이 있거나 신용불량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불구속된 16명중 12명은 50대 후반부터 60대후반까지로 거의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의사였고 나며지 4명은 30대의 젊은 층으로 40대의 중장년층은 단 한명도 없다.
꽁꽁 얼어붙은 개원시장에서 실패한 젊은 의사나 후배 밑에서 봉직의 생활이 껄끄럽기만한 노년의 의사들이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사무장의원으로 유입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번 사무장의원으로 적발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의 D의원과 관련 해당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해당 의원을 거쳐간 의사 대부분 일할 의료기관을 찾기 힘든 노년이거나 개원준비중 단기간 경유지로 활용한 젊은 의사들이었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상신고도 하지 않아 정확한 내막은 파악하기 힘들지만 의사가 오랫동안 고용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며 “개원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노년의 의사들이 찾을 수 있는 근무지는 극히 한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지역의사회 회장도 계연성은 충분하지만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회차원에서 정확한 근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가의 대체적인 견해도 사무장의원 근무의사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반겨주지 않는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동정론이 앞섰다.
봉직의인 K모씨도 “요즘 개원 대기중인 의사들이 몸을 사리고 선배는 개원 실패해 연락이 두절됐다는 흉흉한 소문만 들린다” 며 “개원을 통해 자리를 잡았다는 선배의 경우도 태반주사-비만 등 비급여 덕이었다는 이야기가 전부" 라며 의료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심평원 요양기관 기호 부여기준으로 매년 3천개 의원이 개원·이전을 통해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비슷한 숫자의 기관이 퇴출될 정도로 부침이 심한 상황이다.
이제 의사사회도 개원만 하면 그럭저럭 먹고는 살았던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다. 치열한 개원경쟁이 전개되는 만큼 이제 더 넓어진 의사사회의 어두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