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노벨의학상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존재를 처음 주장하고, 이를 입증한 호주의 J. 로빈 워런(68)과 베리 J 마셜(54)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가롤린스카 의학연구소는 3일 마셜과 워런이 위염과 소화성 궤양 질환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규명한 공로를 인정해 올해의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로빈 워런은 처음으로 강력한 위산이 들어 있는 위속에 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제안한 병리학자이다.
로빈 워런은 1982년 위 속에 균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학회에 보고했지만 학계에서는 위속에 강한 위산으로 인해 아무런 생물도 살 수 없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베리 마셜은 위 속에 헬리코박터가 살고 있다는 워런의 주장을 입증하고, 또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내과 의사 겸 미생물학자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훈용(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의 발견은 위궤양과 일부 위암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단초를 제시했다”며 “특히 훗날 세계의 의학자들이 위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리 마셜은 위 점막의 조직을 떼어내 균의 배양을 시도했지만 처음에는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베리 마셜이 헬리코박터 균의 배양에 성공하게 된 것은 실로 우연의 일이었다. 베리 마샬은 인큐베이터에 위 점막 균을 배양하다 지쳐 휴가를 떠났고, 이 사실을 깜빡 잊어버리고 휴가에서 돌아와보니 균이 배양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베리 마셜은 위 속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학회에 보고하게 되었다.
베리 마셜은 이에 그치지 않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자신이 배양한 균을 먹었고, 이로 인해 급성 위궤양이 생겨 위가 뒤틀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정훈용 교수는 “베리 마셜의 위속에 살고 있는 헬리코박터 균은 그 당시 항생제를 아무리 먹어도 제거되지 않았고, 그는 항생제 복용에 지쳐 자신이 갖고 있던 항생제를 이것 저것 한꺼번에 먹고 나서야 균이 제거된 것을 알게 되었다”며 "소화기내과 의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노벨의학상을 탈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