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국민건강보험법이 발효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공단과 의약단체간 합의에 의한 계약으로 수가가 결정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수가 인상률 수준의 적정성을 떠나 자율계약의 성사 하나만으로 이번 계약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가입자와 공급자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점 또한 상호 협력의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의약단체는 건정심위로 넘겨 결국 불가피한 수가인상안을 받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을 펼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특히 회원들의 정서를 고려한다며 책임부담이 줄어드는 건정심위를 택하는 편이 더 유리한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는 전향적인 모습은 인상깊은 부분이다.
공단 역시 수가계약자로서 복지부, 재경부, 가입자단체 등 시어머니가 많은 상황에서도 뚝심을 발휘, 몇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반드시 계약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를 뒤로하고 수가 계약인 만큼 양측의 손익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또 계약의 과정에 있어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공단 ‘충분한 양보’↔의약 ‘아쉬운 수치’
60.7원, 3.5%의 내년도 수가인상률은 부대결의 내용을 제외하고 보면 03년, 04년 계속됐던 2.9%대를 넘어선 수준으로 01년 이래 가장 높다.
또 매년 물가인상률보다 낮았던 전례에 비춰보면 3.5%라는 수치는 불황을 겪는 요양기관 입장에서 보면 암울한 수준이지만 계약상대가 있는 상황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한도까지는 올려놓은 인상률이다.
대타협이후 공단은 “충분하게 양보했다고 생각한다” 고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부대결의 내용을 제외하면 실제 수치는 그렇게 평가될 수 있다.
옵션이 추가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대결의 내용은 보장성 강화, 요양기관 특성별 수가계약, 약가인하 노력 등이다. 부대결의라고 하지만 3.5%로 올리는 대신 이정도는 해달라는 조건부 논의였고 2%대의 인상률을 넘긴 댓가로 제공된 옵션이다.
수가인상률은 합의한 상태에서 부대결의 내용에 대해 문구수정을 전개한 것은 줘야할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었고 당초 선택진료의 내용이나 '종별 환산지수 계약' 등의 용어를 정돈하는 수준에서 끝 맺었다.
결과적으로 공단과 의약단체는 모두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개운하지 않은 뒤끝에도 불구 줄만큼 주고 받은 만큼 받아냈다.
무용지물 용역연구...근거없는 인상률
60.7원, 3.5%라는 계약서상의 내년도 수가인상폭은 상거래시 발생하는 가격흥정이나 에누리도 아닌 바에야 도무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5년만에 자율계약 성사에 있어 '옥의 티'. 공단측 입장에서만 해석가능한 수치로 물가상승률 2.86%에 부대합의의 댓가로 제공한 값이다.
존중하자고 각서까지 쓰고 함께 공을 들였던 공동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가입자단체가 인정할 수 없다 반발하고 아예 최종협상에서는 연구결과의 중위수 값 정도가 잠깐 거론될 정도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장 의료계 내부에서는 근거없는 인상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른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오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근거가 없다보니 저수가 기조속에서 의료계는 불만으로 가득한 회원정서에 어떻게 3.5%가 나왔는지 설명하기가 난감하다.
외부에서 보면 녹록하지않은 수가협상에서 선방한 결과물을 냈지만 내부사정은 사뭇다를 수 밖에 없고 부대결의를 했다면 공동용역을 불인정한데 반성하거나 최소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문구에 대한 삽입은 의약단체가 요구했어야 할 대목이다.
건강보험기금화와 벼랑끝 협상
계약완료후 2.5% 수가인상으로 정리를 요구했던 재정경제부측은 공단 재정운영위에서 '너무 많이 올려줬다' 고 불만스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가입자 단체는 보험료 인상과 직접 연관되는 수가가 3.5% 인상됐지만 건강세상네트워크가 '부대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는 정도에서 입장을 발표했을 뿐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다.
복지부도 첫 계약성사 기자회견을 갖고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등 재경부를 제외하면 더이상의 토를 달려는 모습은 없다.
실제 이번 자율계약에 있어 일부 영향을 준 부분은 복지부, 공단, 가입자, 공급자 모두 부담스러운 아이템인 건강보험기금화다.
"이번에도 수가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건보기금화가 공론화되고 실제 정부측이 상당한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협상장에서 한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 대한 부담을 이렇게 설명했다.
공단과 공급자 모두 수가계약을 성사시켜야할 이유중의 하나였으며 건정심위를 가도 수가인상률은 3.5%보다 낮은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의약단체는 근거를 뒤로하고 적극적인 계약협상을 진행했다.
근거가 없는 3.5%가 등장한 이유가 조금은 설명되는 부분이다.
공단-공급자 부대합의 놓고 동상이몽
마지막으로 집어볼 부분은 계약이 이뤄지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부대합의 내용.
부속합의서는 ▲보장성 강화 공동노력 ▲수가 계약방식 전환 ▲약가제도 개선 3개항을 담고 있다.
공단과 의약단체는 "큰 틀에서 합의된 것으로 구체적인 이행방식은 협의를 통해 진행해 나갈 계획" 이라고 한목소리로 설명했다.
갈등을 해소하고 대타협을 이뤄내며 풀여야할 숙제까지 함께 제시됐으나 해결방식에 대해서는 '천천히' 와 '신속하게'로 입장차가 분명하다.
당장 가입자 측은 선택진료 폐지 등이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반면 의약단체는 당장 06년부터 요양기관 특성별 환산지수 계약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차근차근 세부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생각이다.
특히 종별계약의 의미가 짙은 2번째 항은 향후 총액계약제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고 갈등의 소지는 적잖다.
대타협을 이뤄낸 마당에 자칫 갈등을 하나 더 양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번 성과를 기조로 계속적인 합의정신을 이어가 주길 기대한다.
수가계약 근거 중심으로 개선 절실
성과 속에서 묻힐 수 있는 이번 합의의 오점은 근거부족이다. 저수가 기조속에서 의료계가 겪고 있는 불황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고통분담의 정신에 입각해 대합의를 이룬 것도 아니고 근거가 없다보니 일선 의약계 회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당장 공단은 충분한 양보를 했다는 근거도 의약단체가 아쉬운 수치라는 점도 양측의 주장만 있을 뿐 기준이 없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원가, 경영수지, SGR(Substainable Groth Rate 지속성장가능율) 이든 먼저 환산지수 결정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왜 올랐는지 또 어것 밖에 오르지 못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과 의약계 회원들이 숫자만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은 더이상 지속되서는 안된다.
부대합의에서 향후 근거중심의 수가계약을 위한 노력이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