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의 활성화는 민간보험사를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실련 김진현 보건의료 위원은 9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민간의료보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시장의 구조는 소수 기업에 의한 견고한 과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보험사가 담합을 통해 의료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는 거대 민간보험사가 전국적 수준의 병원망을 갖추고 있는 것도 특징적인 현상" 이라며 "재벌소유의 민간보험사와 민간병원의 결합은 필연적으로 의료공급시장에 대한 강력한 지배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의료계가 이 점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아산병원이 의료시장에 진입한 이후 시장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해 보았다면 의료계가 한 목소리로 민간보험과 영리병원을 주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거대 HMO가 지역적 민간보험시장을 지배하면서 공급자와 인두제 지불계약을 맺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900병상의 대형병원이 300병상 규모로 축소된 예가 적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병원경영자의 최우선과제가 민간보험사와의 계약조건이 되고,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민간보험사들이라는 사실을 의료계가 간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재벌병원이 민간보험사와 병원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이런 효과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보건복지부 이상용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이 민간보험회사들의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한 접근방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1년간 민간의료보험 도입논의를 지켜본 소회를 피력하면서 "현재 민간보험사들의 접근방법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면 한다"며 "민간보험사들은 국민의 재정 부담분과 민간보험의 한계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국민들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보험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고,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재정부담분도 건강보험보다 많다는 점을 보험회사들이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민간보험사들이 복지부를 배제한 채 재경부나 금감원만 상대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본부장은 "현행 의료보험은 의료와 보험이 결합된 형태인데 민간보험은 금융상품의 관점에서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서 민간보험을 도입하면 몇몇 회사는 국민의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간보험회사들의 건강보험 통계 공유 주장과 관련, 이 본부장은 "지구상 어느 나라도 허용한 사례가 없다. 개인정보를 갖고 하는 장사를 누가 못하겠느냐"며 불가 쪽으로 선을 분명히 그었다.
위험한 환자는 다 빼놓고 가장 건강한 사람들만 보험에 가입시킬 것이 뻔하고, 개인의 사생활 침해도 심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민간보험도 분명히 결함을 갖고 있는 만큼 보건당국이 깊숙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복지부의 개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간의료보험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허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