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수술 과정상 과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환자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최근 원고 김 모씨가 용인 모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원고인 김씨는 2001년 11월 용인시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후 회사 기숙사로 돌아오던 중 일행과 시비가 붙어 홧김에 오른손 주먹으로 유리창을 쳐 손과 팔에 상처를 입고 병원 응급실에 갔다.
병원 검사 결과 김씨는 우측 전완부 다발성 열상, 우측 제3수지 신전건파열, 우측정중신경파열 및 우측척골신경 부분파열로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술 도중 갑자기 심장박동수가 느려지고, 심장정기 소견을 보이자 수술을 중단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며, 심장박동 및 자가호흡이 호전되었지만 의식이 회복되지 않자 영동 모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이후 영동 모병원의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 노견을 보였고, 의식을 회복한 후 보존적 치료와 신경봉합술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그러나 김씨는 용인 병원의 수술 도중 발생한 심정지에 따른 뇌혈류 장애로 인해 저산소증 뇌 손상을 입었고, 현재 집중력 및 기억력 감퇴, 일상생활 수행능력 저하 등의 영구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법원은 원고는 건강한 청년으로서 수술 도중 심장 정지를 초래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반면 수술 당시 마취기록지에 마취유지제의 농도가 기록되어 있지 않아 투여량이 적절한지 알 수 없고, 마취와 관련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을 들어 병원의 과실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마취상 과실 추정을 번복할 만한 입증이 없다면 병원은 환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은 “심장 정지의 원인이 비록 마취상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그 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점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의료사고의 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의료행위 이외의 다른 원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입증이 없다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