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안심사소위에서 의료광고 허용범위를 최소화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제안된 데 이어 학계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제기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건보공단 주최 '의료광고 토론회'에서 발표할 발제문을 통해 "편익과 비용, 한국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미리 정한 금지 사항 이외의 모든 광고를 허용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발제문에서 "잠재적인 편익을 지나치게 크게 보는 것은 자칫 정책적 판단을 오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광고는 가급적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광고의 확대를 요구하는 일각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의료광고의 가장 큰 편익으로 강조되고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 및 알 권리 증진에 대해 김 교수는 "언뜻 타당한 주장처럼 보이기는 하나 주장의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그는 가입자에게 의료제공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을 예로 들어 "의료에 대한 정보제공이 환자나 의사의 행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가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가정은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환자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며 "자격이나 훈련, 설비 등의 단순한 정보가 환자의 선택권에 긍적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의 알 권리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는 의료전문인(또는 의료기관)과 소비자 사이의 정보가 불균형인 상태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의료제공자의 선택적인 정보가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의료광고가 경쟁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알 권리와 마찬가지로 정보 불균형의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질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촉진되기보다는 외형이나 편의가 경쟁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의료광고가 의료시장의 비효율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광고를 확대는 의약품의 오·남용 가능성, 일부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 확대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며 "특히 개별 제공자 차원에서 각자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무정부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광고의 확대는 전체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의 중복과 낭비, 투자의 오류와 과잉 등 비효율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28일 공단 주최로 열리는 '의료광고 토론회'에서 공식 발표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발제자인 김창엽 교수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임종규 팀장,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 대한의사협회 김택학 의사국장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