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정책을 펴고 있는 것 맞나? 산부인과의원에서 3390원으로 어떻게 산모의 영양을 챙겨주란 말인지 모르겠다.”
부천시 원미구 K산부인과의원 고모 원장이 이번에 책정된 식대를 놓고 이 같이 말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분만실을 두고 있는 고 원장은 “산모들은 특히 영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식단이 특별히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재료를 쓰고 있는데 이렇게 낮은 식대가 되니 앞으로 산모들 급식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병원 식대를 책정, 발표함에 따라 현재 직영체제를 급식 대행업체로 바꿔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산부인과 특성상 3끼 식사에 오후, 밤참으로 두 번의 간식이 추가될 수 밖에 없어 5~6천원의 식대가 소요되는데 최근 결정된 병원 식대는 가산율 적용까지 해도 4천원 남짓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입장에서는 급식 업체에 맡기면 그만이지만 산모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가만히 보고만 있기에도 답답한 노릇이다.
고 원장은 “우리는 보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쓰고 영양 높은 식사를 제공했는데 솔직히 급식업체에 맡기면 산모의 영양과 건강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게된다”며 “대규모로 음식을 생산하는 급식업체가 산모들의 특성을 고려해 세심하게 영양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최영렬 회장은 “최근에는 병원들끼리도 경쟁이 되서 식단이 얼마나 잘나오는데 이를 왜 정부가 간섭하려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출산장려정책에 여념이 없던 정부가 정작 출산을 마친 산모들의 식사를 풍성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식대를 깎아 산모들의 영양이 부실해질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5일 ‘임산부 건강을 위협하는 부실한 식대 급여정책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임산부의 영양 공급이 산모의 건강은 물론 모유 수유를 통한 신생아의 건강에도 직결되는 문제로 산모의 식단은 특별히 배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이제라도 산모식사의 중요성을 고려해 급여화를 결정한 환자식 분류 항목에 산모식을 별도로 분류하고, 현재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산모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특별 영양식에 해당하는 적정한 수가를 산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