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건의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근골격계 질환, 뇌심혈관 등 작업관련성 질환이 증가하면서, 의학지식을 갖춘 산업보건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러하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시행령에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산업보건의를 두도록 하고 있다. 다만 보건관리대행기관에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위탁한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 95년 제정된 기업활동규제완화에관한특별조치법을 통해 산업보건의 선임규정이 의무조항에서 자율조항으로 바뀐 상황.
최근 들어기업활동규제완화에 관한특별조치법 발효 이후 산재발생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완화시킨 규제를 강화하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노동부와 산업자원부가 '산업안전보건 규제완화의 타당성 분석연구'를 내놓고,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9일 개최한 '산업안전 보건분야 규제개선 방안' 토론회가 그것.
그러나 자율조항으로 바뀐 산업보건의 선임이 다시 의무조항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경제적인 요인도 있지만 산업의학전문의와 예방의학과 전문의 수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산업의학 전문의나 예방의학 전문의가 특정 회사에 속해 보건관리자로서 활동하는 수는 전체의 1.6% 수준인 84명에 불과하다.
만약 산업보건의 선임이 의무화된다면 선임 면제 대상인 보건관리대행을 제외하고 50인 이상 사업장 7580개소는 산업보건의를 선임해야 한다. 의사 1인당 20개 회사를 담당하더라도 380여명이 필요한 상황.
그러나 산업의학과 전문의 전체가 500명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기에 사실상 이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두용 원장은 "각 사업장에서 산업보건의를 쉽게 선임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비용부담으로) 사업장내 전담 보건관리자의 직접고용에 역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보건의 의무선임제도를 현행대로 자율선임제도로 완화한 조치는 타당하다"고 박 원장은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대상자 축소, 유사자격자의 안전·보건관리자 겸직 허용, 프레스·리프트에 대한 정기검사 면제, 제조업의 유해위험방지계약서 제출 면제 등의 조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토의됐다.
장복심 의원은 "기업활동규제완화에관한특별조치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 산재발생은 오히려 증가추세에 있다"면서 "대다수 선진국도 산업안전 및 보건 관련 규제를 강화 또는 합리화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장 의원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종합해 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