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시애틀에서 열린 한미 FTA 3차 협상을 앞두고, 미국측에 의약품 460품목에 대한 수입관세 철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수입시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
특히 이 가운데 66%(303품목)에 대해서는 협정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제안, 국내 의약품 시장의 상당부분은 FTA 체결과 동시에 사실상 완전 개방될 처지에 놓였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이기우(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측 관세양허안 자료를 입수,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기우 의원이 공개한 보건산업분야 양허안 초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약품 460개, 의료기기 132개, 식품 1018개 등 보건의료관련 총 1512품목에 대한 관세양허안을 미국측에 제시했다. 이는 수입액 기준으로 약 26억7천만불에 해당되는 규모다.
특히 정부는 이들 보건의료품목 가운데 절반 이상(787품목, 52%)에 대한 수입관세를, 협정발효 즉시 완전 철폐하겠다고 제안했다.
즉시 철폐 대상 가운데는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상당수 포함된 상태. 정부는 의약품 전체 대상 항목의 66%(젤라틴캡슐, 위생용타올, 유아용냅킨 등 303품목)를, 의료기기 55%(콘돔 등 73품목)를 즉각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경쟁력 등을 고려해 일부 의약품의 경우 즉각 철폐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3~10년간 유예기관을 두기로 했으나, 10년 이상 관세쳘폐를 유보키로 한 의약품은 단 1건도 없다.
양허안에 따르면 즉각 철폐 대상을 뺀 나머지 157품목 가운데 75품목에 대한 관세는 3년 후에, 73품목은 5년 후에 수입관세가 철폐되며, 10년 후 최종적으로 나머지 9품목(항결핵제, 구충제, 항암제, 항생제, 비타민제재 등)에 대한 관세가 없어진다.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3년 후 17품목, 5년 후 27품목, 10년 후 15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애기로 했으며, ‘초음파 영상진단기’와 ‘자기공명 촬영기(MRI)’ 등 2품목에 대해서는 양허를 유보했다.
이기우 의원은 "한미FTA로 인해 보건산업 전반에서 수입특화, 즉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의약품 분야의 경우 한미FTA 협상으로 신약에 대한 특허 및 지적재산권이 강화되게 되면, 양허안으로 교환된 품목 외에 또다른 진입장벽이 생겨 시장에 이익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즉시철폐 대상이 전체대상품목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과연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며 "한미FTA 협상을 통해 시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여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