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곳의 요양기관이 사용하는 모회사의 청구오류 사전점검시스템이 의혹의 대상에 올랐다.
이 시스템이 단순히 청구오류를 수정하는 것을 넘어 심평원의 기밀정보를 이용해 삭감률을 낮추고 있다는 주장. 게다가 모 제약사는 이 프로그램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25일 열린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심평원 퇴직직원들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진 J사의 e-IRS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요양기관의 삭감률이 절반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IRS는 요양기관들의 청구오류 잡는 일종의 사전점검시스템. 병의원이 심평원에 급여비를 청구하기 전에 이 시스템에 청구내역을 입력하면, 필터링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 오류가 있는 부분을 수정해 준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을 때 요양기관 삭감률 감소폭이 상식선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것.
장 의원에 따르면 A요양기관의 경우 J사의 청구시스템을 사용한 뒤, 요양급여비 삭감률이 2004년 0.24%(2억3천만원)에서 2005년 0.12%(1억2천만원)으로 1년새 절반가량 급감했다.
장 의원은 "1년새 삭감액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 단순히 청구오류를 잡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며, "심평원 퇴직직원들이 업무 기술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평원 출신 B씨, N씨, L씨 등 3인이 퇴직 후 J사에 근무한 바는 만큼 이들이 업무상 기밀을 유출, 요양기관들의 삭감률을 낮추는데 일조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떨쳐낼 수 없다는 것.
장 의원은 "이 시스템이 정말로 단순청구 오류를 잡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 삭감률을 낮춰주는 것인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요양기관에서는 현지조사 회피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심평원 심사업무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이 시스템이 일부제약에서는 병의원에 대한 판촉용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제약사가 자사의 제품을 일정금액 이상 청구하는 기관에 대해 이 시스템의 시리얼넘버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장 의원은 "실제 이를 판촉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D사의 A제품은 지난해 3월 보험급여 등재 이후, 지난 5월 청구건수가 3천여건에 그쳤으나, 1년새 그 10배인 3만여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김창엽 원장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해당 시스템상 지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사지표와 상당히 다르다"며 "우리의 공개되지 않은 자료가 이 시스템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직원의 기밀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규정상 직원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유관기관 취업문제는 현재 감사실과 함께 대책을 마련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정 제약사의 판촉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풍문이 있어 추세분석 등을 진행했으나 현재로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심히 추적관찰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