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사회가 연말정산 자료제출에 참여하자는 입장을 회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다른 지역 개원의들의 불안감은 더욱 극심해진 모습이다.
23일 한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대구시의사회가 자료제출에 참여하겠다는 소식을 듣자 회원들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이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무서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며 독촉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에서 대구시에서는 참여하겠다고 하니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언제까지 기다리라고만 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 화살 돌아가나
일부 의사회는 상위 기관인 대한의사협회가 기다려달라는 공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행동한 데 대해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A의원 김모 원장은 "이런 문제는 함께 행동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확실한 대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의협도 문제지만 먼저 행동한 대구시에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에 이어 각 지역의사회가 소득공제 자료제출에 참여하게 되면 의료계의 반대 입장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강서구 R피부과의원 박모 원장은 "어제는 독촉전화가 오더니 오늘은 세무서직원이 와서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재촉해 한참을 시달렸다"며 "대구시의사회 소식을 들으니 그냥 제출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환자 동의서 받아주면 못할 이유 없다
그러나 아직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대다수의 개원가는 환자 사생활 침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강남역 부근 D안과 이모 원장은 "비급여 진료라고 해도 90%이상이 카드결제이고 그 이외에도 현금영수증 처리하고 있어 세원노출은 이미 다 이뤄졌다"며 "문제는 환자의 사생활 보호"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얼마전에도 한 여성이 라식수술을 한 것을 비밀로 하고 싶다며 자신의 진료기록을 유출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갔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득공제 자료제출은 의사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잠실 J내과의원 정모 원장은 "정부에서 환자의 진료내역을 공개해도 좋다는 동의서만 받아준다면 언제든지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결국 정부의 행정편의 정책으로 국민들의 진료 내역이 외부로 공개될 위기에 처했다"고 정부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