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나고 있지만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많지 않고 이 약, 저 약 마구 복용하면서 오히려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의사는 치료 외에 교육을 병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류마티스센터 양형인(류마티스내과) 센터장이 환자들에게 올바른 관절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양형인 센터장은 최근 환자 교육용 소식지인 ‘관절염 가이드’ 창간호를 5천부 발행, 환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전문서적이 아닌 질병 정보지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양 센터장은 “상당수 관절염 환자들은 병이 오래가고 통증이 지속되다보니 치료를 중단하거나, 장안에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면서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결국 신체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센터장은 “얼마전 미국 류마티스학회를 방문하면서 미국 관절재단에서 나오는 환자용 교육책자를 보게 됐는데 비교적 자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면서 “우리 환자들에게도 이런 책자가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았다”고 덧붙였다.
관절염 가이드는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캠페인, 질환 소개 및 치료방법, 적절한 운동법, 생활습관, 관절상식, 식이요법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양 센터장이 관절염 가이드를 제작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잘못된 의료상식과 오해가 넘쳐나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일부 환자들은 진통제를 처방하면 복용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관절염 환자의 활동성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진통제를 처방하는데 건강에 좋지 않다거나, 심지어 혹시 의사가 진통을 억제하는 것만으로 치료를 끝냈다고 속이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성분과 효능, 부작용 등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거나 아예 모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 환자의 50명 중 1명 정도만 자기가 먹는 약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미국 환자 정보지에는 상세하게 의약품 정보까지 소개하고 있다”면서 “약사의 복약지도나 병원의 정기적인 환자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환자 교육책자를 발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관절염 가이드를 제작하기 위해 별도의 전문인력을 투입한 것도 아니다. 양 센터장이 직접 기획에서 원고 청탁, 편집, 교정, 감수 등을 도맡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일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내년 1월경 나올 2호는 책 분량과 발행부수도 크게 늘리고, 환자들에게 필요한 알찬 정보를 보다 많이 넣을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 못지않은 환자 정보지를 계간지 형태로 꾸준히 발간하겠다는 게 그의 욕심이다.
양형인 센터장은 “환자들은 의료정보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높지만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노인들은 인터넷 접근이 쉽지 않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전문가로서 검증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해 불필요하게 진료비를 지출하지 않도록 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