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원으로 가입하지 않는 개원의가 늘고 있다. 더이상 의사회의 존재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부 개원의들이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각 구의사회는 개원의들을 직접 방문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회원 등록을 독려하고 있지만 최근 2~3년사이 미등록 회원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게 의사회 측 설명이다.
미등록 회원 강남구 280명...서초구, 강북구 순
<메디칼타임즈>가 7일 서울시 23개 각 구의사회를 조사한 결과 강남구의사회의 미등록 회원은 280명으로 강남구 전체 개원의 1090명 중 2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의사회는 전체 개원의 280명 중 85명(23%)이 미등록 회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강북구의사회는 전체 개원의 211명 중 미등록 회원이 41명으로 1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강서구(53/289), 관악구(60/355), 성북구(45/280), 서대문구(33/209), 송파구(60/390), 도봉구(23/153), 양천구(36/253), 노원구(44/330), 강동구(38/301), 중구(20/168), 마포구(30/260), 동작구(25/217), 성동구(17/169), 광진구(20/217), 동대문구(22/242), 중랑구(20/225), 구로구(17/215), 영등포구(20/255), 은평구(18/252), 용산구(3/119) 순으로 미등록 회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3년 사이 미등록회원 크게 증가
의사회 관계자들은 불과 2~3년전만 해도 미등록 회원이 요즘처럼 많지는 않았다며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4년 3월 각 구의사회 미등록회원을 조사한 자료와 비교해보면 서초구의사회는 현재 미등록회원은 85명으로 2004년 25명에 비해 60명이 늘어났다. 2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관악구의사회도 2004년 3월에는 미등록회원이 29명에 그쳤지만 현재 60명으로 증가했으며 성북구 또한 2년 전 29명에서 45명으로 늘었다.
관악구의사회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미등록 회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며 "최근 개원하는 젊은 의사들은 의사회 가입이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포구 의사회 관계자는 "젊은 의사일수록 가입율이 낮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가입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과거 개원의들은 각종 정보를 얻기위해 의사회에 가입했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를 알 수 있어 구의사회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의사회, 실질적인 도움 안돼...관심 없어
의사회 가입을 꺼리는 개원의들이 내세우는 결정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실질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강남구 K이비인후과의원 이모 원장은 "100만원 가량의 회비를 내고 연말에 모여 밥 한끼 먹는게 나에게 무슨 소용이냐"며 미등록 사유를 솔직히 털어놨다.
이 원장은 이어 "주변에서 의료분쟁이 일어났다고 해서 구의사회를 통해 해결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차라리 구의사회비로 의료기기나 인테리어를 바꾸는데 쓰는 게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의사회 관계자는 "매주 개원가를 방문해 회원 등록을 독려하러 나가면 직접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는 개원의들도 일부 있다"며 "인터넷 서핑이 능통한 젊은 의사들은 폭넓은 의료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어 의사회 등록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 비해 더욱 어려워진 개원 현실도 미등록회원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구로구의사회 관계자는 "실제로 개원의 중에는 환자가 너무 없어 회비를 낼 형편이 아니다"라며 "나중에 환자가 좀 늘어나면 그때가서 가입하겠다는 회원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개원 경쟁이 극심해짐에 따라 주변 의사를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보는 분위기도 단체활동을 요구하는 의사회에 몸담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개·폐업이 잦고 의료기관 간에 경쟁이 극심한 강남구가 미등록 회원이 가장 많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강남구의 한 개원의는 "개원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따라 의사회도 변화해야 회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사회 역할 재정립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