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와 대립각을 세워 온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신년부터 고개를 들고 있어 병원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5일 병원협회에 따르면, “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 급여정책 전개과정 중 상급병실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공문을 발송해 협회측에 오는 26일까지 전국 병원의 현황 파악을 작성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요양기관장 수신으로 병협측에 전달한 ‘상급병실 실태조사 협조요청’ 공문을 통해 “요양기관에서 제출하신 정확한 자료는 합리적인 건강보험정책을 위한 소중한 근거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하고 “제출한 자료는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복지부가 첨부한 질문양식을 살펴보면, 특실(A·B)에서 1~5인실까지 이르는 각 병원의 상급병실 병실수와 병상수, 추가 부담액, 병실차액수입총액(연간), 1일평균재원환자수 등 세밀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복지부는 다만 ‘현재 병원에서 운영중인 집중치료와 신생아입원, 무균치료, 격리치료, 강내치료(방사성옥소입원치료) 등의 병상을 상급병실에서 제외한다’며 난치성치료를 위한 병실의 예외규정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복지부의 이번 상급병실 실태조사의 속뜻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복지부는 건보 급여정책의 논의과정 중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고 간략히 설명하고 있으나 환자가 부담하는 상급병실 추가액을 보험부담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게 병원계의 시각이다.
이미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80% 제고라는 급여확대 카드 실현을 위해 병원계의 반발과 지탄에도 불구하고 MRI 급여화(05년 1월)에 이어 식대 급여화(06년 6월)를 강행한 바 있다.
병협 한 관계자는 “상급병실 실태조사의 목적은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복지부가 추진하는 보장성 강화 로드맵에 포함되어 있다는게 중론”이라며 “만약 상급병실 급여화가 현실화될 경우 병원계의 경영악화는 물론 건보재정의 악순환도 더욱 부추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난치성이나 중증질환을 위한 보장성 강화는 이해할 수 있어도 식대와 병실이 진료의 질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전제하고 “복지부의 요구안대로 회원병원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있으나 병원들이 얼마만큼 협조할지도 의문”이라며 통보식 의료정책에 대한 우려감을 피력했다.
황금돼지 해를 맞이한 병원계에 MRI와 식대에 이어 상급병실의 급여화가 부각되고 있어 신년하례식에서 힘찬 첫 걸음을 내딘 각 병원들의 부푼 꿈이 새해 벽두부터 우려감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