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한류 열풍을 거세게 일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한 의료기관이 늘고 있지만 현지에 적응하지 못해 철수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해외시장 개척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베트남에 진출한 S병원은 현지에 파견한 의료 인력을 모두 철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15일 “현지 의료진에게 의학적 기술을 모두 전수하고 현재 우리 의료진은 한명도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는 베트남 자체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토록 한 것이지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세간에 떠돌고 있는 베트남 시장 철수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S병원이 베트남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한국 의료진을 모두 철수시킨 상태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실질적으로는 현지 사업을 포기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S병원 뿐만 아니라 G병원 역시 베트남 의료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철수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고 있으며, 중국의 미용의료시장을 노크했던 H병원 역시 지난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메디파트너 박현환 해외의료사업팀 과장은 “한국 의료기관이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 많이 진출해 있고 지금도 상담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실제 현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진출하거나 마케팅 실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과장은 “해외 의료시장에 진출하면 현지 부유층을 공략할 서비스를 개발해 마케팅을 펴야 하는데 한국 교포를 상대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인 가운데 고소득층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과장은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경쟁력이 충분하지만 해외에서는 어떻게 이를 포장하느냐도 중요하다”면서 “현지 부유층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창출해야 하는데 교포들을 타깃으로 삼다보니 외국인도, 교포도 문을 쉽게 두드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맥도날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한국에 맞는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따라 박 과장은 “한류바람을 타고 무턱대고 해외시장에 진출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현지 시장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고, 충분한 정보를 기초로 시장공략 전략을 마련한 뒤 노크하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