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을 포함한 의료기관 종사자에 의한 환자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 차원에서 성폭력 예방을 위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30일 2006년도 성폭행 상담현황을 발표했다.
성폭력상담소는 지난 한해 성폭행과 관련 2317건을 상담했으며, 이중 의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 상담도 51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성폭행 피해를 호소한 상담은 2005년에도 50건을 차지한 바 있어 일부 의료인들의 파렴치한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성폭력상담소 상담팀 김양영희 씨는 31일 “의료기관 성폭력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라면서 "의사나 한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의료행위를 가장해 치료목적이 의심될 정도로 신체를 더듬거나 문진할 때 옷을 벗도록 요구하는 등의 성폭력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정신과전문의는 강간 피해여성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성폭행을 한 사례도 있었다는 게 성폭력상담소의 설명이다.
의사의 언어적 성희롱 피해를 호소한 상담 사례도 적지 않았다.
김양영희 씨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성희롱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는 피해자의 증언도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료기관의 성폭력사례는 의사와 환자 둘만 있을 때 벌어져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처벌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들은 치료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 상담이나 신고하기를 꺼리기도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실제 의료기관의 성폭력이 위험수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상담소는 환자의 성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사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성폭력상담소는 “의료인은 환자를 진료할 때 의료행위에 대해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간호사나 보호자가 동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의사협회 차원에서 성폭력 방지를 위한 진료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