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1년차 전공의와 간호사가 진료 중에 발생한 갈등 끝에 급기야 서로를 폭행혐의로 맞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지난 9월 29일 서울보훈병원 레지던트 1년 차인 이모 의사(34)와 문 모 간호사(25)가, 신규 입원환자가 9명이나 들어와 정신없이 바쁘던 중환자실에서 근무시간을 넘어서까지 함께 환자들을 돌보던 와중에 일어났다.
일단 처음 갈등이 촉발된 계기에 대해서부터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모 의사는 “서로 손발이 잘 맞지 않아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는데, 그 직후에 간호사가 기물을 부수고 먼저 욕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호사측은 “소독장갑을 찾으려고 서랍을 여는데 흥분된 마음에 손이 떨려 서랍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을 의사에게 집어 던지는 것으로 착각한 의사가 소리를 치며 간호사에게 달려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후에 서로 간에 잠시 욕설이 오갔고, 두 사람은 사태 해결을 위해 간호사실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 대해서 다시 양측의 진술이 다르다.
의사는 “나이가 어린 문 간호사가 자신에게 간호사실로 들어오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화가 났지만 참고 간호사실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다른 아주머니가 방에 들어오려고 해서 문을 잠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간호사와 노조측은 “의사는 자신을 간호사실로 들여보내고 문을 걸어 잠근 채 간호사의 뺨을 2~3대 때리고 멱살을 잡은 채 끌려가 책상에 뉘여 지다시피 하며 전신을 짓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의사는 “때린적이 결코 없으며 몸싸움이라고는 서로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한 것이 전부다. 다만 자신이 주먹으로 캐비넷을 친 적이 있을 뿐이다”고 증언하고 있다.
몸싸움이 끝난 후 냉정을 찾은 두 사람은 간호사실 안에서 약 30여분간 대화를 나누다 방을 나와 헤어졌으며, 이 모 의사는 일이 마무리 된 것으로 생각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퇴근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문 모 간호사의 부모는 이 사건을 병원 게시판에 올리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사태가 확산됐고, 급기야 병원장은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이 모 의사에게 사과를 권유, 의사는 상부의 지시를 어길 수 없어 사과를 하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호사와 부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모 의사가 병원을 완전히 떠나는 것을 보겠다며 의사를 폭행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모 의사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실랑이 도중에 생긴 상처를 증거로 남겨 경찰에 역시 폭행혐의로 맞고발 조치했다. 그리고 전단지를 배포하고 인터넷에 이를 올린 노조와 간호사의 부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간호사의 부모와 노조측은 “병원이 일방적으로 정직 2개월 조치를 내린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이 보훈병원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전국 언론사에 배포하고 이 의사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모 전공의는 “사건이 공론화 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며 자신의 주장이 조금도 사실과 다르지 않으므로 법정에 가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