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병원장협의회(회장 세브란스병원 박창일 병원장)는 공단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에 맞서 집단 소송에 들어가고, 임의비급여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과 함께 대국민 홍보에 착수할 방침이다.
특히 사립대병원장협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들 문제가 의료계의 핵심 현안인 동시에 그간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명예 회복을 통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사립대병원장협의회는 지난 30, 31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워크샵을 갖고 공단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와 임의비급여 문제에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사립대병원협의회에 따르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44개 사립대병원이 의약분업 이후 최근까지 공단에 환수된 원외처방 약제비는 총 169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치만 따져도 무려 102억원이나 된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사립대병원장협의회 관계자는 2일 “의료기관은 환자의 질병 치료를 위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각종 고시와 요양급여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병의원에 지급할 진료비와 상계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대학병원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사립대병원장협의회는 지난해 창립 직후부터 공단의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와 관련, 법률적 검토를 해 왔으며,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공동 대응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법률사무소는 2003년 심평원과 공단으로부터 외래관리료가 삭감되고, 약제비 1380만원이 환수된 B원장으로부터 약제비 환수 무효 확인소송을 의뢰받아 2006년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한 바 있어 이번 집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립대병원장협의회는 조만간 변호사 선임을 포함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공단의 진료비 환수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그동안 불법적으로 진료비가 챙겨온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돼 왔다”면서 “이번 집단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반환액을 해당 의료기관에 지급하지 않고 공익적 사업에 사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무효 소송이 환수된 진료비를 되찾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진료비 환수의 부당성을 확인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각인되면서 땅에 떨어진 의료계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립대병원장협의회는 지난해 백혈병환우회가 모대학병원의 진료비 불법과다청구 실태를 폭발하면서 사회문제화 된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교통정리를 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은 부득이하게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더라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한 약제나 치료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마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일부 환자들은 동의서를 작성하고도 심평원의 진료비 확인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면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약제나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환자가 본인 부담하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립대병원장협의회는 빠른 시일 안에 국회와 공동으로 임의비급여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상대로 건강보험제도의 문제를 알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한편 권위있는 전문가집단인 사립대병원장들이 이들 문제에 대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섬에 따라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신하고, 정책집단으로의 위상을 제고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