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에다 삭감과의 전쟁, 공공의료기관의 무료진료 공세, 불리한 행정규제...개원의들은 우울하다”
천안 바른정형외과 박보연 원장이 20일 대한정형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개원가의 현실을 조목조목 따져 참석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박보연 원장은 이날 ‘개원의 허와 실’이라는 발표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의대에서 교육을 받고, 사회주의식 의료시장에 내던져진 개원의들은 자신들의 투자와 노력을 보상받지 못하는 싸구려 의료수가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자존심이 붕괴된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례로 물리치료실에서 요통치료를 할 때 핫팩은 340원, 초음파치료는 910원, 전기자극 치료는 2730원의 보험수가가 책정돼 있으며, 한 시간 남짓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는데 총 수입이 4577원이라는 현실은 개원의들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일부 환자들은 무릎, 허리, 어깨 등 여러 군데 치료를 한꺼번에 요구하기도 하는데 하루 한군데만 인정된다는 보험기준을 설명하며 치료해주지 않으면 환자는 다시 오지 않는다"며 "환자를 놓치지 않으려면 추가로 원하는 부위를 전부다 무료로 치료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부당한 심사기준으로 인해 매일 매일 삭감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개원가의 현실도 개탄했다.
그는 “한달에 주사는 3번, 퇴행성 관절염 재진환자는 전기자극치료 7번까지만 보험으로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모조리 삭감”이라며 “화가 나서 심평원에 항의전화도 해 보지만 간호사 출신 심사부 직원의 되풀이되는 궤변만 듣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원장은 “내과에서도 정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집어놓고 물리치료를 서비스로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제살을 깎는 덤핑경쟁”이라면서 “정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지 않지만 진료과목으로 정형외과를 표방한 유사 정형외과가 정형외과 환자를 더 많이 보는 웃지 못할 사례도 허다하다”다 지적했다.
공공의료기관의 무료진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그는 “보건소와 같은 공공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진료와 투약, 혈액검사, 골밀도검사 등을 실시해 주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면서 “큰 돈을 투자해 골밀도 검사기 등을 갖춘 개원의 입장에선 이러한 행위를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는 처리라 망연자실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갈수록 개원가에 불리해지는 행정규제, 자동차 보험회사의 진료비 삭감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그는 “개원의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건강식품, 메조테라피, 태반주사, 성장크리닉. 지방흡입술 등을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행하고 있지만 비보험에 치중하다보면 본래의 정형외과 환자수가 감소해 빈곤의 악순환이 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우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개원은 나름대로 보람과 기쁨이 있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나를 온전히 믿고 찾아오는 환자를 위해 원장으로서 소신껏 진료할 수 있다는 점과 열심히 한 만큼 증가하는 경제적 여유는 개원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와 같이 문만 열어놓고 자리만 지키면 환자가 밀려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면서 “성공한 개원의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친절”이라고 주문하면서 강의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