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층에서 외과는 더 이상 필수 진료과가 아니다. 진료과 중 꿈의 성전으로 불리던 외과의 명성은 ‘전공의 모시기’라는 말로 퇴색돼 암울한 고행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의사의 의술도 열악한 수가체계속에 힘겹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대학병원과 개원가, 복지부 등의 현장 목소리를 통해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외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위기극복의 타개책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게재 순서----------- ①대학병원 수술현장에 가다.
②개원가 생존 비법은 없다.
③수가개선 만병통치약 아니다.
④정부·의료계 결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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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가 4월 9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 외과 수술방에 들어섰다.
위암 수술을 이제 막 시작한 서울대병원 외과 양한광 교수팀은 수술방에 들어선 기자를 맞아 수술팀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곧바로 수술을 진행했다.
양한광 교수의 집도하에 전공의, 전임의, 간호사,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의대 실습생 등 9명이 무영등을 중심으로 위치하며 위암 수술에 임했다.
위암 수술을 위해 환자를 개복한 수술팀은 위암 수술 권위자인 양한광 교수의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제거할 종양 분위에 조금씩 다가갔다.
간호사가 선택한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소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수술장을 탈바꿈시키는 듯했으나 전공의들은 수술 내내 양한광 교수의 개인별 호명으로 쏟아지는 매서운 질문에 답하면서 외과의사로 거듭나기 위한 실습과정을 이어갔다.
양한광 교수는 수술을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중간중간 기자에게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과 모습을 상세히 설명해 TV와 영화를 통해 막연히 알고 있는 인체내 장기의 모양새와 기능의 새롭게 깨닫게 했다.
그는 “외과수술은 의료진의 술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수술방에 있는 각종 수술기구와 다양한 장비가 수술 성공률과 환자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양한광 교수는 “몇 년 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한 한 환자가 위암 수술 환자를 위해 사용해달라며 1억원에 달하는 수술 장비를 기부해 타 수술환자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소개하고 “다른 대학병원도 처지는 비슷하겠지만 수술에 필요한 장비가 스탭이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구입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영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진료과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꼬집었다.
정확하면서 신속하게 진행된 이날 첫 수술은 수술시간 1시간 50분이 경과했을 때 종양 분위가 성공적으로 제거돼 마무리 과정에 들어갔다.
"의사의 정성도 보호자에게 전달해야"
수술팀은 제거된 종양 부위에서 조직을 떼어내 수술장내 병리실로 빠르게 전달해 슬라이드의 현미경 관찰을 통해 악성종양의 경과와 퍼짐정도를 알아보는 ‘동결 절편검사’를 의뢰했다.
첫 번째 수술을 마친 양한광 교수는 수술방을 나와 수술실 입구에 위치한 보호자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술실 간호사를 통해 대기하고 있던 환자 보호자를 면담실로 불러 바로 끝낸 수술결과를 설명하고 보호자들의 질문에 성심껏 답변했다.
이 자리에서 양한광 교수는 “수술을 예정했던 대로 성공적으로 마쳤다, 종양의 퍼짐정도는 지금 검사 중에 있으나 정확한 내용은 검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전하고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해서 환자에 대한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된다”며 수술과정을 그려가면서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혹시 모를 수술 후 부작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보호자 면담 후 양한광 교수는 “수술환자의 상태는 의사 뿐 아니라 보호자가 함께 치유해야 한다”며 “수술만으로 의사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정성도 보호자에게 전달해 완치될 때까지 마음의 긴장을 풀지 말 것을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해 외과의사가 지닌 수술 후 부담감을 능동적으로 대처해 갈 것을 조언했다.
오전 11시가 넘어선 시각, 의대실습생과 기자는 양한광 교수와 동행해 수술복을 입은채 식사를 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하는 수술실내 작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가졌다.
그는 “하루 수건에 이르는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중간 중간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다음 수술을 위해 적게, 빠르게 먹고 수술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교수나 전공의 모두 동일하다”며 수술장에서 벌어지는 외과의사의 바쁜 일과를 소개했다.
의대 실습생과 기자는 짧은 휴식시간을 가진 후(양한광 교수는 바로 수술장으로 이동했음) 양한광 교수의 다음 수술방으로 향했다.
앞서 외과 실습을 나온 서울의대 3학년 석효현 학생(여)은 외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선배들로부터 외과가 어렵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있으나 수술장을 체험하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을 한 달씩 돌아가는 실습중이고 아직 어느과를 선택할지 정하지 않아 뭐라 말할 순 없으나 이번 외과실습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해 교과서로만 접한 외과 수술에 대한 불안감을 떨쳤다.
8개 수술방을 운영중인 서울대병원 외과는 중앙에 당일 수술 일정표를 게시해 수술이 끝날때마다 ‘×’로 수술을 마쳤음을 알리는 전공의간 암구호를 게재하며 각 수술 상황을 전달했다.
“환자 위한 수술장 확충, 수지타산서 안된다”
12시 30분 수술방에 들어선 기자에게 양한광 교수는 수술을 진행하면서 외과의 현실을 수술에 비유하면서 표현했다.
그는 “전기소작기와 수술기구, 무균기 등 고가의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외과수술이 얼마인지 생각해봤느냐”며 “한 수술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 8명이 투입되는 비용을 의대생이나 약사에게 물어보면 보통 500~1000만원이라고 답변한다”고 말했다.
양한광 교수는 “외과 수술에 들어가는 기술료와 인건비, 기구사용비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200만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하고 “그러나 현행 보험수가에서는 위암 수술 한 건당 약 50만원으로 정해 많은 의료인력이 투입되는 인건비가 들어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답답한 현 의료현실을 개탄했다.
양 교수는 “대학병원들이 수술에 따른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다보니 병실료와 장례식장 등에서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이렇다보니 병원의 역할이 살아있는 환자를 아끼고 위하는 시설이 아닌 죽은 자를 위해 존재하는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외부에서는 외과의 목소리를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고 있으나 이러한 상황에서는 외과에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하고 “경영적인 면에서 병원의 기여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외과의사에 대한 보수가 높아질 수 없다”며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외과의 문제점이 보험제도에 기인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양한광 교수는 “증가하는 외과 환자를 위해 수술장을 늘려 대기시간을 줄이고 환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싶다”며 “정해진 보험체계하에서 파이싸움이니 밥그릇 싸움이니 하는 단선적인 사고를 버리고 국민건강과 의료계 발전을 위해 대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보통 2~3시간이 걸리는 수술을 일주일에 3일간 수 십 차례 반복해야 하는 외과 전문의들은 값싼 기술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뒤로하고 차가운 공기로 채워진 수술장에서 오늘도 자기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후 2시 30분 외과 수술장 취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기자는 서울대병원 담당 7년차라는 시간이 무색해질 정도로 전혀 다른 세상을 접해본 것 같은 부끄러움과 함께 쏟아지는 햇살의 따뜻함에 대한 고마움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