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의료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검증되지 않은 성분명 처방의 일방 추진은 절대 안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보건위생분과위원회는 4일 국회 도서관에서 '성분명 처방 안전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약사회, 복지부 관계자 모두 불참을 통보해 사실상 정부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추진에 따른 의료계만의 성토장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가톨릭의대 약리학 교실 임동석 교수는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960명의 가상환자를 예측해 약물농도(약물농도의 면적, AUC) 차가 10%에 불과한 제네릭으로 대체조제를 하더라도 환자의 20%는 생동성 시험 허용범위(AUC 80∼125%, 이하 허용범위)를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그러면서 심장부정맥 치료제, 간질 치료제, 혈액응고 방지제, 면역억제제 등은 약간의 혈중농도 차이로도 환자에게 큰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 선진국에서도 성분명 처방을 강제화하지 않는 다는 점, 생동성 시험이 환자와 건강인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함은 물론 국내에선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들어 성분명 처방의 한계를 지적했다.
임 교수는 "정부의 논리는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가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라며 "제네릭의 가격이 얼마나 낮은지, 이로 인한 이득이 대체조제로 인한 피해액을 상회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석승한 전 의협 의무이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은 의사의 당연한 의무"라면서 "그러나 성분명 처방을 하면 책임주체가 모호해져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모호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처방약이 바뀌어 뇌졸중에 걸린 환자를 직접 보았다"면서 "대체약이 또다른 대체약으로 바뀔 가능성이 많은 성분명 처방은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한성 전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가 재정절감을 목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하려한다면 선택분업이라는 효과적인 제도가, 편리성을 주장하려면 일반약 슈퍼판매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리베이트를 줄이기 위해 성분명 처방을 추진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기업이 이윤을 남기기 위한 상거래를 하는 이상, 성분명 상품명이든 없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이를 없애려면 제약회사나 거래처를 관리해야지 약사단체, 의사단체에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종욱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절대 안된다. 국민이 가짜약 재고약을 먹게 된다"면서 "치료목적의 약을 임의로 선택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약에 대한 리베이트와 재고약을 줄이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며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다만 "가짜약이 없어지고, 선택분업이 도입되며, 국민이 진정 도입을 원하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신중하게 성분명 처방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좌장부터 시작해 발제자, 토론자(4명)를 모두 의사로 배치해, 약사회나 복지부가 공정성을 제기하며 불참할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비판에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