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 의협 회장은 4일 "성분명 처방 강행 등 적어도 3분의 2이상 회원이 공감하는 명분이 생긴다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 회장은 이날 오후 의협회관 동아홀에서 열린 ‘회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파업은 전체 회원들이 다 공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할 것”이라며 “그 시기가 의외로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회원들은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을 가하며 조속히 투쟁에 나설 것을 종용, 집행부가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주수호 회장과 '몇몇 회원'들은 이날 새 의료급여제도 및 정률제 대응방향,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저지대책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지만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
이날 오후 4시20부터 시작된 토론회는 주 회장과 일반회원 10여명이 참가해 약 2시간 가량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회원들은 의협의 새 의료급여제도와 정률제에 대한 지침을 통박하며 당장 다음 달부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 회장은 "섣불리 싸움할 수 없다. 이기는 싸움만 할 것이다"며 "우선 조직의 역량을 파악하고 큰 틀에서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회원들은 주 회장과 집행부에 대해 "의료급여 변경과 관련해 의협 지침을 따른 회원들에게 대량 청구 반송 사태가 오거나 정률제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을 때는 9월부터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공포해야 회원들이 흔들림 없이 따라와 준다"며 "역량이 안 된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 회장은 "집행부의 결정에 회원들이 따를 수 있느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고민 와중에 회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실망을 준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역량을 끌어올린 다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이와 함께 "의료급여제도 변경 건에 대해 소송을 하기 위해 위임장을 받으라고 독려했는데 20장이 들어왔다. 집행부의 홍보가 미흡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조직이 결정하고 바로 실행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9월 첫째주나 둘째주에 전국대표자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주 회장에게 △변경 의료제도에 대해 회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후속지침 마련 △성분명 처방 저지대책 마련 △유형별 수가협상 대책 △대선에 의료계 인사가 적극 참여하는 방안 모색 등을 건의했다.
회원들은 특히 "지금 의협은 일부 지지층과 이사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릴라조직 같다. 시도의사회장들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협이 새로운 투쟁조직을 마련해 조속히 역할을 분담하는 등 짜임새 있는 조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회원들은 아울러 "의협 집행부가 투쟁의지가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비판하면서 "6개월짜리 집행부라는 생각을 갖고 뛰지 않으면 과거처럼 회원들이 의협을 믿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회장은 이에 대해 "오늘 많이 야단을 맞았다. 죄송스럽다. 이런 자리를 갖지 않도록 집행부가 잘 했어야 하는데 송구스럽다"고 거듭 사과하면서 회원들이 제안한 내용을 적극 검토해 회무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