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명칭이 생소한 '병리과 의원'이 전국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다. 한정된 대학병원 정원에 목을 매느니 차라리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가겠다는 병리과 전문의들이 늘고 있는 것.
특히 한발짝 먼저 개원을 선택했던 전문의들이 시간이 지나며 안정세를 찾아가자 반신반의하며 망설였던 많은 전문의들이 개원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병리과에 개원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대한병리과학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병리과의원을 운영중인 전문의는 70여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병리과학회 김한겸 이사장(고대의대)은 "현재 650명 정도의 병리과 전문의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중 10%이상이 개업의사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급증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병리과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배출되는 전문의수에 비해 대학병원 등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대다수 중소병원들도 병리과를 필요로 하지만 빠듯한 예산하에서 운영이 힘든 만큼 수탁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병리과의원의 확장세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3년 개원한 포유병리과의원의 정종재 원장은 "대학병원에 들어갈 수 없는 사정이 생겨 개원을 선택하게 됐다"며 "하지만 개원을 하고 보니 수입면이나 안정성면에서 매우 흡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상외로 많은 병의원들이 수탁검사를 맡겨오고 있어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라며 "성실하게 병원을 꾸려나갈 수 있다면 개원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원의 활성화는 현재 대학병원 등에 근무중인 봉직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원하는 전문의가 늘어나자 병원측에서도 연봉인상등의 방안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
김한겸 이사장은 "병리과가 개원할 수 없다는 개념이 깨지면서 대학병원들도 뒤늦게나마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들어 연봉 등 병리과 전문의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낮은 병리수가 등은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라며 "특히 개원의사들의 경우 낮은 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과도하게 업무에 매달릴 경우 의료사고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