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국내 제약계의 거점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책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GSK 이일섭 부사장(사진, 소아과 전문의)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다국적제약사 대부분이 동남아 중심국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기업진출의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일섭 부사장은 “한국에 많은 외자사가 포진해 있으나 정부의 규제책으로 임상시험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미 한국은 임상수준의 급속한 발전으로 아시아 임상의 50% 이상을 수행하고 있어 규제책이 개선된다면 아시아의 거점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지난해 GSK 본사에서 한국 등 주요국의 방문사례를 전해면서 “영국 본사 임원진이 아시아 지역 R&D 센터 건립을 위한 한국 내 부지비용과 주요 연구진 인터뷰, 연구현황 및 정책 등에 대한 세밀한 조사를 한 바 있다”며 “한국 임상의사의 뛰어난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으나 투자비용과 관련 정책에 아쉬움을 표하며 결국 중국에 R&D 센터 설립을 결정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일섭 부사장은 “한국의 임상이 활성화되고 있으니 GSK나 MSD, 화이자 등이 무조건 한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전하고 “외자사가 투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 등 인프라가 구축돼야 투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글로벌 시대에 부합되는 기업투자 환경을 주문했다.
이 부사장은 “한국 임상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뛰어난 맨 파워와 달리 임상과 기초 연구자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대학병원 교수들이 연구에만 관심이 높고 신약개발에는 미흡한 점도 연구력 결집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인도 등이 무서운 속도로 임상발전을 기하고 있어 빠른 시일내 아시아의 거점을 확보하지 않으면 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식약청의 신약승인 절차가 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많은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외자사에서 임상을 실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신약 임상의 빠른 제도개선책을 촉구했다.
이일섭 부사장은 끝으로 “개인적으로는 한국내 임상시험센터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연구진 결집과 규제책으로 쉽지 않은 상태”라며 “새 정부가 제약분야의 규제책을 개선시키는 작업을 추진한다면 아시아 임상의 주도권을 한국으로 이동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일섭 부사장은 연세의대 졸업하고 소아과 전문의와 미국에서 임상약리 펠로우십 후 GSK 한국법인에서 19년간 근무하고 있는 의사로 현재 제약사 소속 의사 학술모임인 한국제약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