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수입이 빤한데 지출을 줄이기도 어려운 형편, 이것이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본질적인 딜레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김창엽 심사평가원장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창엽 심평원장은 15일 머니투데이에 게재한 ‘건보재정문제의 해법’ 시론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
김 원장은 “2007년에 2800억원이 넘는 당기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면서 “건강보험료를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6.4% 인상하는데도 형편이 이러니 난감하고 딱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국민들의 분통 섞인 반응은 당연하다”면서 “관리운영이 방만하고 낭비가 많다, 비양심적인 의료기관들의 부정을 왜 못 찾아내나, 보험료를 적게 내는 얌체들은 왜 그냥 두나, 여론과 언론의 질타가 끊이지 않지만 백번 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원장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 대해 연례행사로 되뇌고 끝낼 일이 아니며 문제가 훨씬 복잡하고 걱정스럽고 불안하다”고 언급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매년 15%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데 지출이 이럴 때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르고, 덕분에 환자도 의료이용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첨단이 쏟아지고 예외 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의료비 폭발’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게 김 원장의 견해다.
김 원장은 “결과적으로 올해 건강보험 재정이 28조~29조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지만 해결책은 다분히 소박하고 효과가 미덥지 않다”면서 “관리운영의 효율화, 부정 진료비 적발, 보험료 제대로 걷기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결정적으로 크다고 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전체 재정의 3.6% 정도인 관리운영비를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수준까지 줄일 수 있고, 의료기관의 부정청구를 근절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전국 고속도로의 속도위반을 다 잡겠다고 차마다 경찰관을 붙일 수야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수입이 빤한데 지출을 줄이기도 어려운 형편, 이것이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본질적인 딜레마”라면서 “단언하지만 단번에 해결하는 요술 방망이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난마처럼 얽혀있고 이해당사자, 특히 경제적인 이해를 가진 예민한 참여자들이 사방에 가득하며,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이미 기술적 처방과 행정 관리의 차원을 넘어 넓은 의미로 보면 정치적 문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제는 좋든 싫든 해결을 구하는 것도 정치적이어야 한다”면서 “처방의 좋고 나쁨에 대한 시비는 다음이고, 문제와 갈등을 관리하고 이해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런 점에서 국회와 정당이야말로 이 임무를 담당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제도적 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