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의료급여법이 발효된 2007년 3월 28일 이전 심평원이 의료급여환자에게 징수한 임의비급여 진료분을 환급하라고 의료기관에 통보한 것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5일 가톨릭대 성모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2006년 사망한 L씨의 유가족은 본인부담금 2800여만원 중 상당액이 과다청구된 것이라며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2007년 2월 15일 유가족에게 과다청구한 718만원을 환급하라고 성모병원에 통보했다.
문제는 심평원이 처분 통보와 함께 “이같은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처분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안내하면서 비롯됐다.
이 같은 심평원 처분이 내려지자 성모병원은 이 처분이 2006년 12월 18일 개정된 의료급여법 11조 3항(급여대상 여부의 확인 등)이 시행된 2007년 3월 28일 이전의 것이어서 진료비를 환불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의료급여법 11조 3은 의료급여환자도 심평원에 본인부담금이 제대로 청구됐는지 여부를 확인 요청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은 과다 징수한 금액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다시 말해 의료급여법 시행 이전의 심평원 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이 행해져 효력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처분취소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평원이 과다청구한 진료비를 환자에게 환불하라고 성모병원에 통보하면서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구제절차까지 안내한 것이 소송의 발단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 관계자는 “심평원이 처분이라는 점을 명시했고, 법적 구제절차까지 안내해 당연히 행정처분인 줄 알고 부당하다는 소송을 낸 것”이라면서 “심평원은 법적 근거도 없이 권한을 남용해 놓고 이제 와서 행정착오였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같은 유사사례가 다른 대형병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성모병원은 이 사건 외에도 심평원으로부터 100건 넘게 처분 통지에 받은 상태이며, 환급 여부를 이번 판결 이후로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료급여환자의 진료비 확인 민원이 성모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평원의 환불 통보를 받고 진료비를 되돌려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심평원의 무리한 권한 행사와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인해 불필요한 소송이 제기된 것인데 이제 와서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이미 환불해준 진료비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