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후학들을 가르치고, 환자들을 성심으로 진료하다 정년퇴임하는 교수들. 이들이 제자들에게 남긴 퇴임 일성은 무엇일까.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는 후학들에게 의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교정을 떠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 제자들은 41년간 봉직한 은사를 위해 25일 정년퇴임 기념 심포지엄 자리를 마련했다.
문 교수는 이날 ‘의료보장 선진국 진입의 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선진국 진입의 걸림돌로 국민 의료비의 급증, 건강보험 재정의 끊임없는 증가, 보험료 단일 부과체계 구축의 곤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높은 본인부담 비율, 보험료 체납자 증가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보장 선진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7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토론자로 참여한 후배 교수들에게 해법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7가지 과제는 위기에 처한 보험재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조치가 무엇인지, 피보험자의 보험자 선택권 부여가 가능한지, 보험 재정상 조세와 보험제도의 균형이 필요한지, 가까운 장래에 보험진료비 지불방식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등이었다.
후배 교수들이 이들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하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단국대병원 이두선(외과) 교수는 최근 정년퇴임에 앞서 고별강연을 했다.
먼저 그는 자신의 은사인 장기려 박사에 얽힌 일화를 떠올렸다.
과거에는 복강 내 암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배를 열었다가 절제가 불가능해 그냥 닫는 O&C(Open%Close)가 많았는데 그럴 때면 보호자들로부터 멱살을 잡히기 일쑤였다고 한다.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환자는 환자대로 고생하고, 경제적인 부담까지 커지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기려 박사 역시 이럴 때가 있어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곤 했지만 멱살을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보호자들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고 갔다고 한다.
장 박사는 늘 보호자들에게 “수술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암이 많이 퍼져 암 조직을 떼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4, 5개월 밖에 못 살 것 같지만 가족이나 의사, 간호사, 친구, 친지들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지금까지 살았던 것보다 더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며 종교적인 입장에서 설명을 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런 광경을 지켜본 다른 교수도 장 박사가 했던 말을 연습했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그대로 써 먹었지만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
이두선 교수는 “보호자한테 설명할 때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굴과 몸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인품이 중요한 것”이라며 “인품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도 상대방을 감화시킬 수가 없다. 의사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 냉정하게 판단하고, 환자들에게 늘 친절하고, 의술은 특권이 아니라 환자를 살리고 보듬어야 하는 의무임을 깨닫고, 외과의사로서 긍지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