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발 JCI(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 바람이 다른 대학병원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수십억원을 투입하면서까지 JCI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의 권위도 동반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순전남대병원(병원장 범희승)은 조만간 JCI 인증 준비를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 예정이다.
범희승 병원장은 최근 취임식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것이며, JCI 인증 등 세계적인 인정을 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희의료원도 JCI 인증에 적지 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 장성구 경희의료원 부속병원장은 과거 의료원 종합기획조정실장 재임 시절 JCI 인증에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의료원 차원에서 인증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 대학병원 뿐만 아니라 양산부산대병원, 건국대병원, 고대의료원,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등이 이미 JCI 인증 준비에 들어갔거나 준비중이다.
이들 대학병원들은 JCI 인증을 받을 경우 의료의 질이 높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국내외 환자들을 유치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JCI에 거품이 적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를 주관하는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JCI는 소위 미국 의료기관의 의료 수준을 평가하는 비영리법인 제이코(JCAHO)의 해외 마케팅 사업일 뿐”이라면서 “JCI가 국제적인 의료기관평가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의료기관평가를 받기 위해 몇천만원을 투자하면서 시설평가니 화장실평가니 불만을 터뜨리면서 JCI에는 기꺼이 수십억원을 투입한다”면서 “이는 이중적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너무 추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미국에 비해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데 미국의 기준에 통과하면 일류병원이 되는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면서 “JCI 인증을 받는 게 비용효과적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복지부 의료기관평가에 대해 불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JCI 인증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두드러지자 일각에서는 JCI 인증을 위해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