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소판제 및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에 대한 내시경 시술을 할 때 동양의사와 서양의사의 대처 방식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선영 교수는 내시경을 시행하는 105명의 동양의사와 106명의 서양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같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2008년 5월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발표했다.
동양의사들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제외한 약제를 대부분 7일 전에 중단했다.
반면 서양의사들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와 아스피린은 그대로 유지하고, 와파린은 4~6일 전에 중단하며, 나머지 항혈소판제는 7일 전에 중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동양의사들은 조직검사 후에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시술 1~3일 후에 시작했지만 서양의사들은 조직검사 당일에도 모든 약물을 투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국에서 내시경을 시행하는 81명을 대상으로 약물중단에 인한 색전증의 경험을 조사한 결과 6명(7.4%)이 색전증을 경험했고 그 중 5례(83.3%)가 뇌경색이었다.
일본의 내시경 시행 의사 81명 중에서는 7명(8.6%)이 색전증을 경험했으며, 5명(71.4%)이 뇌경색이었다.
이처럼 동양인에서는 심근경색증보다는 뇌경색이 월등히 많았으며, 이는 심근경색이 주로 발생하는 서양인과는 분명히 다른 결과이다.
이러한 동서양간의 차이가 과연 유전학적 기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색전증이라도 동양인에서는 주로 뇌경색으로, 서양인에서는 주로 심근경색증으로 발현한다는 사실은 감안할 때, 내시경 시술을 위해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끊기 전에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최근 고령화와 함께 항혈소판제 및 항응고제 복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복용하는 환자에 대한 내시경 검사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피를 묽게 하는 효과를 지닌 이 약제들은 소화기내시경 검사와 관련 약물 복용 자체로 인한 위장관 출혈, 소화기내시경 시술로 인한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치료내시경으로 인한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약제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경우 색전증(뇌경색, 심근경색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응고제,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의 소화기내시경 검사 지침서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그러나 출혈보다는 색전증이 문제가 되는 서양인에게 맞춰져 있어 동양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출혈의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서양의 지침서에서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환자에서의 용종절제술이 안전하고,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에서의 조직검사가 안전하다고 되어있으나, 실제로 동양인에게 이렇게 시행할 경우에는 출혈률이 높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는 동서양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알아본 결과 동서양간에 큰 차이가 있었다”며 “앞으로 이러한 차이가 어디서 유래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