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에 필요한 기초의료 인력을 기준으로 전공의 정원을 책정하는 비합리적인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전문의 제도가 정원책정부터 운영방식까지 심각한 오류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의학회 김성훈 수련교육이사(가톨릭의대)는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한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부와 수련병원들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성훈 이사는 31일 "현재 국내 의사중 전문의 비율은 90%를 육박하는 수준으로 이는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해도 심각한 불균형 상태"라며 "이는 졸업 후 의학교육이 전문의 과정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듯 전문의가 과잉공급되자 대다수 전문의들이 개업을 선택해 전문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의료계는 결국 인력낭비와 사회적 비용낭비라는 비효율적인 선로를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의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왜곡된 전공의 정원책정 정책도 전문의제도의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주장이다.
전문성을 키우기 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으며 수련병원의 이해관계가 제도에 얽여들면서 해결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훈 이사는 "이렇듯 우리나라에 전문의가 많아지게 된 것은 곧 전문의가 더 수준높은 의사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인식도 한 몫했다"며 "더욱이 의대생이나 의사들도 전문의가 돼야 학문적 긍지를 갖게 되고 수입도 증가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 정원을 책정하는데 있어 수급추계를 참고하는 합리적 방식이 아닌 수련병원의 수요에 따라 책정하는 방식이 통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이 영향으로 수련병원의 규모가 늘면 전문의가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수련병원들이 점점 더 전공의를 인력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결국 전공의 교육의 질이 하락하고 있어 전문의 제도의 목적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이사의 제언이다.
따라서 김 이사는 수련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련병원과 지도전문의 자격 요건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며 제도 운영의 탄력성을 위해서는 전문의 제도의 관리권한을 민간단체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훈 이사는 "전공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수련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수련병원과 지도전문의 자격 요건을 상향조정해 표준화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아울러 객관적인 평가방법을 마련하고 전공의 승급제도 및 이동수련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개선방안들이 제대로 수립되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수련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아울러 제도의 경직성을 배제하기 위해 관리책임을 민간단체에 이양하고 구조적인 개선활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