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7월 BMS 입사한 의학부 이영숙 이사(사진, 40, 부산의대 94년졸)이다.
이 이사는 5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다른 업계에 진출한다면 진료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절박한 심정의 승부욕을 가져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다년간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를 공개했다.
이영숙 이사는 부산의대를 나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 세브란스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와 전임의를 거쳐 2001년 한미약품에 입사하며 여의사로서 외도(?)를 시작했다.
이 이사는 “당시 한미약품의 임상의학부를 설치해 의약품 허가와 계약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면서 “지금 ‘아모디핀 신화’로 불리는 노바스크 개량신약인 아모디핀 개발에 상당부분 관여했죠”라며 한미약품을 상위사로 끌어올리는데 1등 공신인 ‘아모디핀’ 임상의 총괄자로서의 자부심을 피력했다.
진료와 처방도 하지 않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약을 다루는 제약이 생소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마취과, 약제 지식 풍부한 진료영역“
이영숙 이사는 “진료과 전문의들은 자신이 처방하는 약제만 알고 내원시마다 환자 상태를 살피나 마취과 전문의는 매 순간마다 환자의 생사를 다루는 분야”라고 전제하고 “수술실에서 사용한 주사제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에서 약제의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내공을 설명했다.
그는 “전임의를 마치고 종합병원에 근무하면서 한미약품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강연 후 업체 임원진 한 분의 6개월 넘는 끈질긴 설득에 두 손을 들을 수밖에 없었죠”라고 업체 입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귀띔했다.
이 이사는 한미약품 이후 2003년 백신제의 독보적인 제약사인 ‘베르나’(녹십자 백신)를 거쳐 2005년 삼성화재 ‘1호 의사’로 신기록을 지속했다.
이영숙 이사는 “갑상선 수술 후 베르나를 퇴직하고 쉬면서 느낀 점은 10여개의 보험사에 가입했는데도 돌아오는 혜택은 몇 십 만원에 불과한 거예요”라면서 “그대 삼성화재에서 의사를 모집한다고 해 어떤 곳인지 궁금하고 욕심이 나더라구요”라며 보험사 입사의 계기를 언급했다.
그는 ‘사의’(CMO)라는 직책으로 삼성화재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암과 B형 간염 등 다발생 질환을 예측 분석한 상품개발 연구에 몰두했다.
이 이사는 “삼성화재의 새로운 상품 상당수가 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며 “신의료 흐름인 로봇수술과 감마나이프 등 수술변화에 대비한 보험 상품 개발에도 일조했다”고 말했다.
여의사로서 쉽지 않은 모험을 즐기는 그가 삼성화재를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삼성맨에 대한 두려움이다.
#i3#"도전하는 삶 일등공신은 남편의 외조“
이영숙 이사는 “입사하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모르게 삼성맨으로 변해가는 걸 느꼈죠”라고 말하고 “삼성화재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경직된 사고는 안되겠다 싶어 BMS에 입사했다”며 반복되는 도전과 위기의 극복과정을 언급했다.
이 이사는 “사실 BMS는 과거 지원한 경험이 있는 업체로 저와 많은 인연이 있어요”라며 “의학부에서 시판중이거나 개발 중인 ‘스프라이셀’과 ‘익셈프라’ 등 10여개 항암제의 임상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고 있죠”라고 피력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하는 삶을 살아온 그의 일등공신은 남편인 김재균 전문의(서울보훈병원 영상의학과)의 외조이다.
이영숙 이사는 “과거 전공의 시절 출산 후 보름 정도 쉬고, 병원이 아닌 다른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남편의 도움과 격려가 컸죠”라고 언급하고 “결혼한 모든 여의사들이 느끼겠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 등의 제약으로 인해 적잖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며 기혼여성이 느끼는 의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이사는 끝으로 “많은 경험을 했으니 이제는 BMS를 마지막 종착지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제약이든 어느 업계가 됐던 도전한다면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후배의사를 위한 충고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