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처방 응대의무화법이 시행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해당 규정위반에 따른 신고 및 처벌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개정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왔던 "실효성 없는 법안" "과잉입법"이라는 의료계의 문제제기가 결국 현실로 증명된 셈이다.
10일 보건복지가족부, 의사협회, 약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시행된 이른바 '의심처방 응대 의무화 법(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에 따른 신고사례, 처벌사례가 현재까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처분 사항이 아니다보니 정확한 파악은 어렵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당사자단체인 의사협회, 약사회 모두 "해당 규정에 따른 신고사례는 아직까지 접수된 바 없다"는 공통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동 법안은 약사의 의심처방 문의에 의사가 즉시응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난 1월 28일자로 본격 시행됐다.
"현재와 다를바 없는 규정…실효성 의문" 지적 현실로
주지하다시피 의심처방 응대의무화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탄생을 알렸다.
법 개정 당시 약사회 등은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의협 등 의료계가 "의사와 약사간 통화내용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하면서 갈등을 빚어왔고 이 같은 논쟁이 1년여간 이어진 것.
국회는 결국 제출된 개정안을 대폭 손질하는 선에서 법안 처리를 마무리지었다.
이 과정에서 애매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던 의심처방 기준이 △허가 또는 신고취소 의약품 △제품명 또는 성분명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병용금기 및 연령금기 성분을 포함한 경우 등으로 명확해졌다.
또 즉시응대 예외조항도 △응급환자를 진료중이거나 △환자를 수술 또는 처치중인 경우 △기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넓어져 '상식적인 수준'으로 규정됐다.
이에 대해 약사회 등은 "약화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했던 일"이라면서 의미를 부여했으나 의료계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 법 규정 마련 전에도 의·약사간 협조를 통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담고 있다"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약사회 명분쌓기 불과…의·약계 분란만 일으킨 꼴"
결국 6개월간 신고실적 '0'라는 성적표는 의료계의 이 같은 문제제기를 현실로 증명했다. 쓰나미급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탄생했건만, 정착 법으로 공표된 이후에는 힘이 쫙 빠진 것.
의료계에서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면서 "애꿎은 법안 하나가 의·약계에 분란만 일으킨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법 개정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의료계에서는 실효성 없는 법안,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을 내놨었다"면서 "현실적으로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약사의 처방문의를 고의로 회피하는 의사들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의심처방 응대의무화는 약사회측이 회원들을 달래기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했다"면서 "잘 하고 있는 의원-약국이 대부분인데 애꿎은 법안으로 감정싸움만 붙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