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과 삼성암센터로부터 시작된 진료과별 협진모델이 각 대학병원으로 확대되면서 각 병원의 특성을 더한 협진시스템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암 중심의 협진시스템이 주류를 이루던 환경에서 벗어나 당뇨, 비만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협진시스템이 이상적인 진료모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서울아산·삼성암센터 협진시스템 선도
병원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학병원중 가장 이상적인 협진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암 진료에 중점을 두고 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암센터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11개 진료팀이 협진시스템을 가동중이며 일주일에 한번 내·외과 진료팀과 영상의학과 교수 등이 모여 협진환자를 두고 컨퍼런스를 진행중에 있다.
특히 대장암분야 같은 경우 협진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자율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의료진이 점차 늘어 현재 4개의 팀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삼성암센터도 유방암, 폐암 등 총 6개 진료팀이 운영중이다. 특히 삼성암센터의 경우 협진시스템을 센터의 모토로 삼고 개원 전부터 시범 운영을 진행하며 시스템의 완성을 고대해 왔다.
이를 위해 삼성암센터는 각 층마다 협진 룸을 만들고 수시로 협진회의를 열어가며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삼성서울 본원과의 협진도 진행해 재원일수와 수술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타 대학병원들 진료모델 차별화로 승부수
이렇듯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암센터 등이 협진시스템을 구축하며 앞서 나가자 타 대학병원들도 있따라 차별화된 협진모델을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은 당뇨에 타겟을 맞춘 경우다. 당뇨가 합병증이 많다는 것을 감안, 내분비내과를 주축으로 순환기내과, 안센터 등이 모여 합병증 검사 및 치료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
특히 성모병원은 내원시 당일만에 이 모든 검사 및 치료가 가능한 환경을 구축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비만을 중점적으로 하는 협진시스템을 계획중에 있다. 비만 또한 당뇨와 같이 합병증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다.
목동병원 관계자는 "외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가정의학과, 심장내과, 정신과, 호흡기내과는 물론, 이비인후과 교수진이 참여하는 협진시스템을 계획하고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비만은 원인이 다양하고 합병증이 많다는 점에서 좋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희의료원은 성인병에 중점을 두고 새벽진료와 양한방협진이라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성인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직장 등의 업무로 바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동서협진센터 조중생 소장은 "평소 휴가나 조퇴 등을 하지 않으면 병원을 이용하기 힘든 직장인이나 학생, 호르몬의 변화로 잠이 줄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노인들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새벽진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성인병의 경우 한방치료 효과가 높은 만큼 양한방협진을 진료모델로 하고 있다"며 "효과를 지켜본 뒤 타 진료과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양대병원은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협진으로 '여성종합진료'라는 협진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일병원도 병원 특성을 이용, 여성암 분야에 대한 특화 협진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만족도 및 치료효과 향상···행위별 수가 걸림돌
이렇듯 진료과별 협진시스템이 각광받는데는 높은 환자만족도와 치료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이과 저과 뺑뺑이를 돌리는 식으로 진료가 진행돼 불편해하던 환자들이 협진시스템에 크게 만족하고 있으며 또한 교수들의 의견이 조율돼 치료방식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신뢰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교수는 "통합진료야 말로 진정한 원스톱 진료"라며 "환자들이 어떤 과에 가서 처음 진료를 받느냐에 따라 치료방향이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암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외과계와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등 관련 의사들이 병기에 맞는 치료법을 모색하는 것이 최상의 진료이며 이상적 진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박 교수의 생각은 협진을 진행중인 타 병원 교수들은 물론, 대다수 의료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건강보험의 틀 하에서 이러한 통합진료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진찰료 산정지침에 따라 동일한 상병에 대해 2인 이상의 의사가 진찰을 하면 진찰료가 1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4-5명, 많게는 9-10명까지의 의사가 통합진료를 진행할 경우 1명을 제외한 모든 의사가 진찰료를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상적인 진료로 일컬어지는 협진, 즉 통합진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교수는 "병원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자선단체는 아니다"며 "진료한 만큼은 수가를 보존해줘도 병원에 이익은 없지만 정부가 통합진료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암센터 심영목 센터장은 "협진은 환자 중심의 의료로 가기 위한 필수관문이기에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노력들이 성과를 거둔다면 정부도 이에 걸맞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