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방병원들이 의료기기 사용은 물론 종합검진에서부터 자보환자 진료까지 실시하고 있어 양ㆍ한방 진료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른바 대형 한방병원은 진단방사선 전문의를 고용 , 병원내 양방의원을 세우고 이를 통해 방사선기사 등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X-Ray등 현대 의료기기를 이용한 판독을 시행하고 있으며 한방을 통한 종합검진 사업까지 시행하고 있는 것.
27일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한방전문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각종 암 검진, C.T, X선 촬영, 위장조영촬영, 초음파 검사, 골밀도 검사 등을 포함하는 한방 종합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10만원, 25만원, 45만원 등 레벨에 따라 가격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병원은 척추디스크센터를 비롯한 중풍 센터, 비만 센터, 한방피부미용 센터 등과 같은 전문센터와 성(性) 크리닉, 성장 크리닉, 자궁생식기 크리닉, 요실금 크리닉, 관절염 크리닉 등과 같은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알레르기'이나 '클리닉', '아토피' 등 현대의학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이용, 간판이나 홍보물을 통해 환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어 이를 접한 환자들에게 한방병원인지 일반 병원인지 혼동을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J한방병원을 다녀온 환자 이재영씨(가명.남 34)는 "바쁜 일과때문에 평소 다니던 길에 있던 병원을 찾았으나 알고보니 한방병원이었다"며 "진단은 현대의학에서 쓰이는 기구를 이용했으나 막상 처방은 한의사에게 받았으며 한달치 첩약도 지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사고를 당한 환자까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홍보하고 있어 직능간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다.
최근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안재규)에 따르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방자동차보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자동차보험 시장확대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전국 한의원에 한방자동차보험 홍보포스터를 배포했다.
‘한방자동차보험! 나만 모르고 있었습니다’란 타이틀로 제작된 이번 한방자보 홍보포스터는 한방이 자보환자들에게 높은 치료 효율성을 갖고 있어 앞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국 주요 공공시설(구청 동사무소 파출소등)에 게시될 예정이다.
한편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한방이론에 입각한 의료기기 사용은 물론 경락주사 등 한의사의 주사행위까지 용인되고 있으며 일선 한의대에서는 한방 소아과, 이비인후과, 응급의학, 방사선학, 재활의학, 해부학 등을 커리큘럼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인사는 "한방의 과학화라는 명목으로 한의사들이 버젓이 현대의학의 영역을 넘어오고 있는데도 의료계의 반응은 너무 조용하다"며 "한방의 과학화는 한의계 독자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아니고 현대의학의 영역에서 연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