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원외 과잉처방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심의키로 하자 병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법안심사소위는 10일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 약제비를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모병원 원장은 11일 “서울대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원외처방전을 불가피하게 발행하다가 환수 당해 공단과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이렇게 된 게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약국이 돈 많이 벌게 해주려고 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의사가 의학적 지식과 임상적 경험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요양급여기준과 달리 원외처방을 내려야 하는 사례가 가끔 있는데 그러면 현 급여기준의 문제부터 개선해야지, 허위청구한 것도 아닌데 의료기관에서 환수하겠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과 이원석 이비인후과 개원의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금 반환소송에서 지난 5월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대병원 김만호(신경과) 교수도 약제비 환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김 교수는 뇌경색, 고지질혈증, 심장부정맥, 고혈압과 함께 뇌졸중 발생 위험이 있는 신모 환자에게 항혈소판제인 플라빅스를 투여하다 1년여 후부터 항혈전제인 메소칸캅셀을 병용처방한 이유에 대해 “전부 의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 교수는 “식약청 허가사항이나 복지부 고시가 의사의 진료권을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 “나는 서울대병원 의사라는 자부심으로 최선의 치료를 했을 뿐인데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자존심이 상한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무분별한 부당 원외처방전 발행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병원계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더라도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 무분별한 처방을 낼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모대학병원 교수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가 복지부 놀음에 놀아난 것”이라면서 "국회가 복지부에 임상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급여기준을 시급히 정비해 보고하도록 한 것 역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병원협회도 지난달 박기춘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병협은 의견서를 통해 “현행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을 개선하지 않은 채 이를 초과한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의사의 처방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며,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