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처방전을 발급했다 하더라도 약제비를 징수할 수 없고, 의료기관에 지급할 진료비에서 상계처리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를 둘러싼 공방이 심화된 한해였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3부는 지난 8월 서울대병원과 개원의 이 모 원장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원외처방약제비 41억원, 1300여만원을 각각 반환하라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설령 병원의 원외처방으로 공단에게 비용지출의 증가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병원이 아니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또 법원은 “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원외처방을 했다는 것만으로 허위 진단을 했다고 볼 수 없어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연대해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요양급여기준의 입법 목적, 의료기관의 주의의무 범위 등에 비춰볼 때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처방전의 발급이 보험자에 대해 위법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대병원은 2001년 6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진료한 일부 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를 심평원에 심사청구했지만 공단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처방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에서 41억여원을 차감한 채 지급하지 않자 지난해 8월 진료비 지급 민사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모 원장 역시 서울대병원과 유사한 이유로 지난 2월 요양급여비용 13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낸 상태다.
다만 법원은 “이번 판결은 공단이 법에 의한 징수 또는 불법행위에 의한 상계를 할 수 없게 되는 결과 요양급여기준이나 심평원의 심사가 무력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바,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법에 근거규정을 두는 입법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을 부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이 나자 보건복지가족부와 공단은 과잉 원외처방약제비를 환수하기 위해 건강보험법 개정에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