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차의료에 대한 철학과 정치적 대응능력 부재가 가정의학과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대병원 박민수 강사는 26일 가정의학은 양질의 일차의료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졸업후 임상수련 의무화제도 도입 추진 등 가정의학과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고 안팎으로 위기요인이 상존해 있다며 “가정의학과는 현재 위기상태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2002년 현재 3천906명으로 전체 의사수의 5.4%며, 개원전문의도 1천734명으로 전체 개원전문의의 9.0%에 불과해 과연 가정의학이 일차의료의 주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의료계 일각에서 임상수련의무화제도가 제기되는 등 가정의학과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숫자상의 왜소함보다 가정의학을 힘들게 하는 다른 요인이 있다며 외적으로는 정부의 철학과 조정역할 부재, 내적으로는 정치적 대응능력의 부재가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정의학 도입 이후 일차의료를 위해 실천한 정책은 1989년 의료전달체계 도입때 가정의학과를 의료전달체계의 예외로 인정한 것과, 가정의학 전공의 수련기준 완화, 단과전문의의 정원축소 및 가정의학 전공의 정원의 점진적 확대 정책 등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인 요인으로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주치의제도, 일차의료의사 양성, 의료기관 수가차등화 등의 방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가정의학 육성정책으로 전환되지는 못했다며 “우리는 위기를 위기로 생각하고 있는가?”라고 의문 부호를 찍었다.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진행해야 할 주치의등록제 등은 여러 난관들에 부딪쳐 수면 아래로 잠수한 뒤 오랜 기간 동안 문제제기 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매스컴에 친숙한 몇몇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단편적인 언론플레이에 그치고 있거나 대학병원 건강증진센터에 의존하여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이 가정의학과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동안 일차의료의사로서의 가정의학과 적합성 및 가정의학과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여러 주장들과 문제제기들이 있어왔으나 이들이 그냥 묻혀버리고 만 데에는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반응해야 할 가정의학과의 정치적 대응능력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가정의학내에 역사와 과제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논의의 장이 조성되지 않으며 그 공간조차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역사와 과제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지금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