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인중환자실 1~2등급인 병원은 전문의를 배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고윤석(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회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환자 치료성적을 높이기 위해 중환자실 인적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 회장은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상 중환자실은 전담의사를 둘 수 있고, 전담의사가 24시간 상주하면 약 8400원의 가산수가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전담의사가 전문의가 아닌 인턴이나 레지던트도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 전담 ‘전문의’를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고 회장은 “중환자실 입원환자 사망률이 매우 높은데 전문의가 아닌 인턴이나 레지던트에게 맡겨서야 되겠느냐”면서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중환자들의 건강권 침해를 바로잡을 수 없고, 세계가 비웃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신생아중환자실과 마찬가지로 성인중환자실 역시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전문의를 두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 회장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을 제외한 상급병원의 중환자실 1~2등급이라면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가 근무하도록 명시하고, 원가만이라도 보존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을 예로 들면 병상당 연간 8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173병상으로 따지면 1년에 120억원의 적자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상명대 오동일 교수가 발표한 ‘입원료 상대가치 재평가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소아중환자실 원가보존율은 4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중환자실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더라도 원가만이라도 보존하기 위해서는 수가를 현재 12만원에서 최소 28만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게 중환자의학회의 주문이다.
한편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해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5년마다 전문의자격을 갱신하도록 하고, 질 관리를 엄격히 해 나갈 방침이다.
고윤석 회장은 “세부전문의자격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5년마다 자격을 갱신하도록 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연수평점을 100점 이상 받아야 하고, 한미 중환자의학회가 3일간 시행하는 리뷰코스를 5년 중 한번은 반드시 이수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회장은 “학회가 이런 학술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중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고, 보다 안전하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 치료성적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라면서 “정부도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을 보완해 중환자의학이 한 단계 발전하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달 24~25일 양일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9차 한일중환자의학회 합동학술대회’와 ‘제29차 대한중환자의학회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