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등학생 중 상당수가 양극성장애(조울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이사장 박원명)는 최근 전국의 고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선별 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자 중 104명(5.2%)에서 양극성장애가 의심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평균 유병률 1%~2.5%에 비하면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양극성장애는 과하게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의 감정 상태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으로, 일반인에게는 흔히 '조울병'으로 알려져 있다.
양극성장애는 확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양극성장애의 우울 시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흔히 알려진 우울증과 거의 흡사해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림대 성심병원 전덕인 교수팀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양극성장애 입원 환자 131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10명 중 2명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톨릭의대 박원명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의 경우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15.2%가 2년 뒤에 양극성장애로 진단이 변경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양극성장애는 감정 기복이 심해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이 더 높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울증 환자 자살률이 5-10%인 데 반해, 양극성장애 환자의 자살율은 15%에 이르고 있는 것. 이는 일반인 자살률보다 2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양극성장애 치료의 기본은 약물 치료. 하지만 청소년기 양극성장애 환자에는 가족 및 주위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양극성장애를 기분 변화, 청소년기의 반항 정도로만 생각하면 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박원명 이사장(가톨릭의대)은 "양극성장애는 주로 10대 후반에 발병하나 정확한 진단을 하기까지는 보통 발병 후 10년 정도가 걸린다"며 "이런 진단상의 어려움은 궁극적으로 적절한 치료의 시기를 놓치고 질병을 만성으로 만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상담과 조기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