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을 중심으로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개원가에서는 물리치료사가 부족하다고 하다. 하지만 간호사와 물리치료사는 병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강요하기 때문에 면허가 있어도 찾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메디칼타임즈>는 간호사, 물리치료사를 두고 한창 진행중인 논란과 함께 정부가 추진중인 대책을 짚어봤다.
|사례|정형외과를 운영하는 개원의 A원장에게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3년간 함께 일해 온 물리치료사가 갑자기 퇴직의사를 밝혀왔기 때문. A원장은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해 수소문에 나섰지만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2~3명 정도 면접을 보았지만 '몸값'이 너무 쎄 확답을 주지 못했다. 물리치료사를 고용하자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 물리치료실 운영을 포기하자니 환자들 눈치가 보이고…A원장은 그저 울고 싶을 따름이다.
의료기관에 양극화 바람이 무섭다. 환자의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지원인력의 쏠림현상이 해마다 가속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계에서 진료지원인력 수급체계는 어느순간 부터인가 뒤집어진 '먹이피라미드'와 같은 모양새로 바뀌었다.
의료기관 규모별로 대형병원이 가장 상위, 병원이 2번째, 중소병원, 의원 순으로 피라미드의 각 단계를 채워나가고 있는 것.
가장 상위에 위치한 대형병원들은 간호인력이나 그 밖에 의료기사와 기타 직종인력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장 넓고 두터운 '풀(pool)'을 자랑한다.
그 바로 아랫단계는 수도권 중소병원이다. 대형병원보다는 좁지만 진료지원인력 수급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수년째 간호인력과 의료기사의 부족을 겪고 있다. 대형병원과 수도권 병원들의 인력선점으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먹이피라미드의 가장 아랫단계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간호사는 차치하더라도 의료기사 한명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44개 종합전문요양기관서 활동간호사 1/5 보유…기관당 519명 꼴
심평원의 통계를 보면, 진료지원인력들의 이 같은 쏠림 현상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실제 2009년 1분기 현재 전체 활동간호사 10만6331명 가운데 21.5%인 2만2829명이 종합전문요양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인력의 5분의 1 이상을 전체기관의 0.005%에 불과한 44개 대형병원에서 독점하고 있는 것.
이어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전체의 31.69%인 3만3698명으로 집계됐다. 종합전문까지 합해보면 전국 313개 의료기관에서 우리나라 활동 간호사의 절반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관당 평균 간호인력은 종합전문의 경우 159명, 종합병원은 125명 수준이다.
반면 1211개소에 달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보유한 간호인력은 전체의 19.74%인 2만여명 수준이다. 기관당 17.3명의 간호인력을 보유한 셈.
의원의 경우 간호사 고용이 의무화되지 않으므로, 간호인력 고용률이 더 떨어진다. 2만6640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전체 간호사는 1만3774명, 기관당 평균 인원은 0.5명이다.
신규등록 물치사 92% 병원행…개원가 기피 심각
한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의료기사의 부족으로 골치다. 대표적인 의료기사 직종인 물리치료사의 종별 종사현황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현재 1년간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물리치료사는 연 평균 1500여명 규모.
그러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자면 새로 시장에 들어온 1437명 가운데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움직인 인원이 전체의 7.9%인 114명에 불과하다.
반대로 요양병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는 숫자는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신규유입인원 1437명 가운데 1038명이 병원급 의료기관에 둥지를 틀었다.
이는 또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물리치료사협회가 심평원의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의원급에 종사하는 물리치료사의 비중이 해마다 줄어 2000년 71.4%에 달하던 의원급 근무자 비율이 지난해에는 61,8%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병원-의원 등 무자격자 시술로 인한 적발 늘어…대책 시급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대체인력을 활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복지부 현지조사에서도 무자격자 시술로 인한 적발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
실제 지방소재 A병원의 경우 간호조무사가 방사선을 촬용하고 이를 청구했다 무자격자 진료로 적발됐다.
물리치료사 면허를 빌려 근무인력으로 등록했다 덜미를 잡힌 사례도 있었다. B의원은 물리치료사 면허를 대여해 실제 기관에서 일하는 것처럼 신고한 뒤 1일 물리치료 실시인원을 초과해 이학요법료 등을 청구했다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 병협 관계자는 "보건의료인력 수급불균형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인력 못지 않게 보건의료인력의 종별, 지역별 균형을 잡아주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보건의료인력 수급문제는 이미 시장에서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시급한 정책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